2019년 3월 11일 월요일

[독서] 지식인의 책무

이 책은 몇년전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이지 내용이 단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읽으면서 지식인은 왜 이런 책을 쓰는지 궁금해졌다.  그러다 문득 이 책 제목이 생각났다.  「지식인의 책무」

과연 지식인의 책무란 무엇일까?  아니, 지식인이라면 당연하고 마땅히 나서서 수행해야 할 책임이나 의무가 있는 것일까?

촘스키는 책을 시작하면서 지식인의 책무를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적합한 대중'에게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진실을 찾아내 알리는 것.


여기서 강조한 수식어딘 '중요한', '적합한 대중', '가능한 범위 내에서'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주제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진실을 알려야 하는지를 고찰한다.

사실 동일한 사건이라도 그 사건의 당사자들 끼리는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본다.  같은 전쟁이라도 승리한 자의 시선에서 역사가 쓰여진다.  하지만 패배한 자는 패배한 자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었을테고, 패배한 쪽의 지식인들과 승리한 쪽의 지식인들이 인식하는 "진실"이 다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굵직한 국제 사건들을 사례로 들며 설명을 하는데 이 책이 나한테 어렵게 다가왔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시로 드는 국제적인 사건들에 대해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내가 촘스키가 들려주는 이야기로만 사건을 따라가다보면 읽을 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는 가지만 막상 내 지식으로 소화하는데 한계가 생기는 것을 느꼈다.

즉, 내가 충분히 지식인이 아니라 책 읽기가 이렇게 어려웠던 것이다.

다행이다.  내가 지식인이 아니라 '책무' 같은게 있을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짝 삐딱하게 생각해보면, 지식인이 진실을 찾아내 알리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계몽주의 사항 아닌가?  대중을 깨우침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과연 지식인이 가져야하는 올바른 태도일까?

그렇지만 내 눈에는 분명하게 보이는데,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게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보게 해주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리는 것은 느낀다.  지식인들이, 일반 대중에게, 대중이 보지 못하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욕구를 책무로 포장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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