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3일 토요일

[독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 조셉 캠벨

워낙에 얘기를 많이 들었던 책이라 구매는 수 년 전에 했는데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스토리에 대해 인간의 무의식과 심리를 바탕으로 영웅을 영웅이게 하는 요소들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글 초반에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을 저자의 주장을 뒷 받힘하는 근본 배경으로 쓰고 있는데 최근에는 프로이트의 이론이 정신분석학/심리학에는 그다지 알아주지 않기에 이 책 자체의 신뢰성(?)에 조금 의심이 든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이 모든 것을 프로이트에 기반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그냥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을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저항 없이 읽을 수 있다.

목차만 봐도 책이 무엇을 설명하는지 살짝 옅볼 수 있다.

제1부 영웅의 모험
제1장 출발
  1. 영웅에의 소명
  2. 소명의 거부
  3. 초자연적인 조력
  4. 첫 관문의 통과
  5. 고래의 배
제2장 입문
  1. 시련의 길
  2. 여신과의 만남
  3. 유혹자로서의 여성
  4. 아버지와의 화해
  5. 신격화
  6. 홍익(弘益)
제3장 귀환
  1. 귀환의 거부
  2. 불가사의한 탈출
  3. 외부로부터의 구조
  4. 귀환 관문의 통과
  5. 두 세계의 스승
  6. 삶의 자유
제4장 열쇠

1부는 이렇게 되어있고, 2부는 유출, 처녀의 잉태, 영웅의 변모, 소멸 이라는 제목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웅이 영웅인 이유 또는 영웅이 영웅으로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각각의 사례에 맞는 그리스 신화의 특정 이야기나, 다른 다양한 나라의 동화 또는 신화를 예시로 들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실 여기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이 책을 한층 재미있게 해주는데 우리가 많이 들어서 아는 그리스/로마 신화 뿐만이 아니라 독일, 일본, 인도 등 다양한 나라의 신화나 종교, 동화속 이야기까지 등장하며 읽을 거리를 풍성하게 해준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제시되는 사례들을 읽는 재미에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지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만 사례 없이 작성이 되어 있었다면 다 읽었을 자신이 없다.


2019년 3월 19일 화요일

AWS Security Specialty - AWS 보안 자격증 취득방법과 취득후기

지난번 AWS Practitioner 자격증 취득 후 바로 이어서 AWS Security Specialty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이 글에서는 AWS 보안 자격증 취득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한다.

(AWS Cloud Practitioner 취득 후기 보러가기)


AWS Security 자격증을 따야하는 이유

요즘 Public Cloud가 대세다.  여기저기서 Public Cloud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가 등장하고 있고 기업의 민첩성과 효율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를 이용해야한다고 소리지르고 있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Public Cloud로 넘어가는데 조심스러워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닌 정보보안 때문인 것으로 나타난다.  좀 오래되긴 했지만 2010년에 Gartner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이 Public Cloud 로 넘어가는데 가장 우려스러운 항목에 당당하게 정보보안이 1위에 올랐다.  이 사실은 9년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단순히 정보보안 때문에 기업들이 주춤거리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우려보다는 기대가 앞서기 때문에 너도 나도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있다.  ("IT기업에서 일반 기업으로... 가속화되는 클라우드 전환" - 동아닷컴)

이제 정보보안은 쫓아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해 정보보안은 통제에서 어떻게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안전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국내는 조금 늦은감이 있지만 이에 따라 주요 기업들이 클라우드 보안 관련 솔루션과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아직 시장에는 클라우드 보안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실정에 맞춰 나도 그에 대한 준비를 하기 위해 우선 Public Cloud 시장의 독보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아마존 AWS를 관심있게 살펴보았다.  AWS는 미국의 플랫폼 기업들이 그러하듯 나름대로 개발자 생태계를 가지고 있고 그런 생태계가 더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자신들의 생태계 안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체계를 보안 전문가들을 위해 마련해 놓았다.  그런 체계 중 일부가 바로 AWS 자격증 제도이다.

제도에 대한 설명은 지난번 Practitioner 자격증 취득 후기에 자세히 적어놨으니 참고하길 바라고 여기서는 보안 자격증인 AWS Security Specialty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AWS 보안 자격증 취득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우선 AWS 보안 자격증 시험은 쉽지 않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AWS Security Specialty의 사전 추전 과정으로는 Practitioner가 있다.  작년(2018년) 10월 전까지만 해도 Security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Practitioner 또는 그 이상의 자격증이 사전 조건이었는데 2018년 10월부터 해당 요건이 폐지되었다.  따라서 지금은 사전 조건 없이 준비만 되면 바로 보안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바로 시험보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아니, 바로 시험을 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AWS 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에 대한 이해는 필수이다.  기본적인 AWS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정보보안만 공부했다고, 또는 AWS 보안 교육과정을 들었다고 자격증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례를 많이 보았다.

또는 AWS 서비스들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만 정보보안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 없이 도전해서 실패한 사례도 보았다.  이렇게 말하면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겠지만 AWS Security Specialty 시험이 그렇게 만만한 시험이 아니다.


어떤 문제들이 출제되는가?

AWS Security Specialty (AWS 보안 자격증) 시험문제 샘플은 아래 URL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aws.amazon.com/ko/certification/certified-security-specialty/

아래 샘플 문항을 보면 알겠지만 특정 상황에서 보안 요구사항이 주어지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AWS가 제공하는 서비스들의 제약사항들을 이해하는 상태에서 AWS 서비스를 이용하여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방법에 대해 답변하도록 되어 있다.
(참고로 시험은 한글로 볼 수도 있다.  관련 tip은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한다.)


(AWS 샘플 문제 발췌)

예를 들면 고객의 요구사항이 End-to-end 통신구간 암호화를 해야한다는 것이라면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ELB(Elastic Load Balancer) 또는 CloudFront 에 SSL 인증서를 설치하면 되는지, 아니면 EC2 Instance 까지 확장해야 하는지를 물어본다.  물론 이 질문은 무척 쉬운 예지만 이런 식으로 요구사항이 주어지고, 이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방법에 대해 묻는 질문들이 많다.

AWS 자격증 사이트를 살펴보면 대강의 시험 범위는 아래와 같다.  (안내서를 다운받으면 자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도메인 1: 인시던트 대응

  • 1.1 AWS 침해 알림에 따라 손상이 의심되는 인스턴스 또는 노출된 액세스 키를 평가합니다.
  • 1.2 인시던트 대응 계획에 관련된 AWS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 1.3 자동 알림의 구성을 평가하고, 보안 관련 인시던트 및 새로 나타난 문제에 대해 가능한 해결 조치를 실행합니다.

도메인 2: 로깅 및 모니터링

  • 2.1 보안 모니터링 및 알림을 설계하고 구현합니다.
  • 2.2 보안 모니터링 및 알림 문제를 해결합니다.
  • 2.3 로깅 솔루션을 설계하고 구현합니다.
  • 2.4 로깅 솔루션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도메인 3: 인프라 보안

  • 3.1 AWS 기반의 엣지 보안을 설계합니다.
  • 3.2 보안 네트워크 인프라를 설계하고 구현합니다.
  • 3.3 보안 네트워크 인프라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 3.4 호스트 기반 보안을 설계하고 구현합니다.

도메인 4: 자격 증명 및 액세스 관리

  • 4.1 AWS 리소스 액세스를 위해 확장 가능한 권한 부여 및 인증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현합니다.
  • 4.2 AWS 리소스 액세스를 위한 권한 부여 및 인증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도메인 5: 데이터 보호

  • 5.1 키 관리 및 사용을 설계하고 구현합니다.
  • 5.2 키 관리 문제를 해결합니다.
  • 5.3 유휴 데이터 및 전송 중 데이터를 위한 데이터 암호화 솔루션을 설계하고 구현합니다.



그리고 시험에 출제되는 도메인별 비중은 아래와 같다.





우선 정보보안에 대한 기본 소양이 있어야 한다.

문제 출제 방식은 위에서 보았듯 보안 요구사항에서 출발한다.  이런 보안 요구사항을 읽고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면 문제를 풀기 어렵다.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보보안에 대한 기본 개념을 알고 있어야 훨씬 수월하다.  정보보안에 대한 소양을 갖추기 위한 글은 아니므로, 이 소양은 각자 잘 갖추도록 하자.  (예를 들면 CISSP 자격을 취득하거나, 정보보안기사, 또는 ISMS 인증 심사원 준비를 하는 것도 좋다.  다시 말하지만 정보보안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 AWS Security 자격증은 조금 뒤로 미루어도 될 것 같다.  해당 자격증은 기존에 보안을 하던 사람이 AWS 환경에서 보안을 계속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AWS 서비스의 목적, 동작방식, 제약사항을 이해하자.

AWS에서는 정보보안과 관련된 많은 서비스들이 제공된다.  Cloud Trail, Cloud Watch 부터 시작해서 IAM, KMS, Cloud HSM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이러한 서비스들을 그 목적에 맞게 분류하여 이해하자.  인증, 권한관리, 접근통제, 암호화, 로깅/모니터링 등 정보보안의 대 분류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이런 분류 아래 AWS 서비스들을 놓고 각각의 서비스들이 어떤 목적으로 존재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는지를 우선 이해해보자.

그리고 각 서비스들의 제약사항을 중심으로 다시 살펴본다.  Cloud Trail은 AWS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이벤트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Instance 안에서 발생하는 로그는 남기지 못한다.  그런 것은 Cloud Watch가 대응한다.  이런 식으로 각 보안 서비스들의 제약사항과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이해하면서 공부하면 논리적인 구조로 머리속에 들어오기 때문에 공부가 한결 쉬워진다.


AWS 문서와 친해지자, 그리고 Youtube!!

AWS는 문서가 방대하게 정리되어 있다.  다행이 대부분 한글로도 제공된다.  살짝 번역투의 말들이 신경쓰이지만 몇 번 읽어보다 이해가 안되면 원문을 참고하면 된다.  (원문을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경우가 간혹 있으나 이럴 경우 구글 검색을 해보면 다른 사이트에서 설명이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검색은 네이버, 다음 보다는 구글을 추천한다.)

https://docs.aws.amazon.com/#lang/ko_kr

그리고 나는 공부를 할 때 지하철 이동시간 틈틈히 Youtube를 많이 활용했다.  특히 AWS는 매년 연말 즈음 Reinvent 행사를 하는데, 이 행사에서 새로운 서비스들에 대한 소개를 많이 한다.  소개 뿐만이 아니라 각 서비스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과 적용 사례들도 소개를 하는데 이런 소개 자료들을 잘 들어보면 생각보다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AWS 서비스들에 익숙해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시험 볼 때 Tip


  • 컴퓨터로 시험본다.
  • 시험은 한글로도 볼 수 있다.  시험 보는 중간에 영문으로도 전환 가능하다.
    (문제가 번역투라 이해가 안되면 반드시 영어로도 봐보자.  영어로 보면 오히려 쉽게 풀리는 경우가 있다. Keyword 가 영어로 나오면 서비스 연관성도 높아진다.)
  • 시험 볼 때 화장실 다녀올 수 있다.
  • 물론 스마트폰 등 가방, 짐 등은 맡겨야 한다.
  • 시간은 충분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한 문제에 너무 오래 몰두하지 말자.
  • 뒷 문제에서 앞 문제의 힌트가 나올 때가 있다.
  • 시험 끝나면 바로 결과가 나온다.  Congratulation 이 뜨면 합격!
  • 신분증은 꼭 2개 들고가자. 사진나온 주민증과 내 명의의 신용카드
  • 필기구는 달라고 하면 준다.
  • 올해 완전히 새롭게 나온 서비스는 시험에 안나온다고 한다.

나는 AWS Cloud Practitioner 시험 후 약 2주 준비 끝에 AWS Security Specialty도 바로 취득에 성공했다.  참고로 말하지만 필자는 이미 정보보안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으며 경력이 10년을 훌쩍 넘었기 때문에 AWS 서비스에 대한 이해만 제대로 하면 되었다.  주변에 시험을 봤던 다른 사람들은 보안 경력이 짧은 경우 실패한 사례가 많으니 AWS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보안쪽에도 함께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그럼 이제 준비가 끝났으니, 어서 시험 신청을 하고 AWS 보안 전문가가 되어보자~!


2019년 3월 18일 월요일

[독서] 문명의 충돌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은 다른 책들을 읽으며 하도 언급이 많이 된 책이라 내가 읽고 싶은 책 상위에 있었으나, 그 두께와 담고 있을 내용에 지레 겁먹어 쉽게 집어들지 못했던 책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데 있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너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단 시작부터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걱정했던 것 만큼 책이 어렵지 않다.  오히려 너무 술술 읽혀서 내가 책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은 냉전 시대가 끝나고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이라는 논문/책에 전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물론 이 내용은 책 서문에서 읽었다.)  「역사의 종말」은 냉전 체계가 끝나면서 결국 세계의 모든 나라는 자본주의로 일원화 되기 때문에 더이상 전쟁 등 인류가 서로 충돌하며 발생하는 "역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새뮤얼 헌팅턴은 이 책에서 이를 반박하고 있다.

그는 오히려 냉전시대가 문명간의 갈등을 이원화된 체계로 나누어 놓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문명들이 그 안에서 또 다른 갈등을 가져가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보았다.  따라서 냉전시대가 끝나며 숨겨져 있던 문명간의 갈등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고 더 심하게 부딧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많은 증거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런 증거들을 자신의 주장에 근거로 활용하여 논리를 풀어나간다.  너무 증거가 많아 그런 사실들을 설명하는데 지면을 너무 많이 할애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결국 "서구"사회가 민주주의와 자유경제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주도적인 사상, 문명이 되었지만 앞으로의 세상은 이슬람, 중화 등 다른 문명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서구 문명에 도전하면서 문명 간 충돌이 펼쳐지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이 쓰여진 1996년이 한참 지난 현재까지도 이 책에서 주장하는 문명의 충돌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2001년 발생했던 미국 9.11 테러는 새뮤얼 헌팅턴의 혜안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국제정세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로 감히 추천한다.

2019년 3월 11일 월요일

[독서] 지식인의 책무

이 책은 몇년전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이지 내용이 단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읽으면서 지식인은 왜 이런 책을 쓰는지 궁금해졌다.  그러다 문득 이 책 제목이 생각났다.  「지식인의 책무」

과연 지식인의 책무란 무엇일까?  아니, 지식인이라면 당연하고 마땅히 나서서 수행해야 할 책임이나 의무가 있는 것일까?

촘스키는 책을 시작하면서 지식인의 책무를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적합한 대중'에게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진실을 찾아내 알리는 것.


여기서 강조한 수식어딘 '중요한', '적합한 대중', '가능한 범위 내에서'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주제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진실을 알려야 하는지를 고찰한다.

사실 동일한 사건이라도 그 사건의 당사자들 끼리는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본다.  같은 전쟁이라도 승리한 자의 시선에서 역사가 쓰여진다.  하지만 패배한 자는 패배한 자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었을테고, 패배한 쪽의 지식인들과 승리한 쪽의 지식인들이 인식하는 "진실"이 다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굵직한 국제 사건들을 사례로 들며 설명을 하는데 이 책이 나한테 어렵게 다가왔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시로 드는 국제적인 사건들에 대해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내가 촘스키가 들려주는 이야기로만 사건을 따라가다보면 읽을 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는 가지만 막상 내 지식으로 소화하는데 한계가 생기는 것을 느꼈다.

즉, 내가 충분히 지식인이 아니라 책 읽기가 이렇게 어려웠던 것이다.

다행이다.  내가 지식인이 아니라 '책무' 같은게 있을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짝 삐딱하게 생각해보면, 지식인이 진실을 찾아내 알리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계몽주의 사항 아닌가?  대중을 깨우침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과연 지식인이 가져야하는 올바른 태도일까?

그렇지만 내 눈에는 분명하게 보이는데,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게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보게 해주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리는 것은 느낀다.  지식인들이, 일반 대중에게, 대중이 보지 못하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욕구를 책무로 포장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2019년 3월 10일 일요일

[독서] SF소설, 도서관전쟁, 이퀄리브리엄, 그리고 화씨 451

SF 소설을 좋아한다면 당연히 들어봤을 책인 「화씨 451」.  다른 많은 SF 소설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헐리우드 영화에도 영향을 많이 미친 책으로 알려져 있다.  항상 미루다가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처음 읽으려고 집어 들었는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화씨 451은 섭씨 몇 도일까? 였다.  그래서 검색을 해봤더니, 아니다 다를까, 화씨 451을 섭씨로 변환해서 알려주는 블로그가 많다.

화씨 451은 섭씨 233 도.

책이 불타는 온도라고 한다.  그런데 책 내용에는 딱히 화씨 451도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많은 곳에서 그런 상징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믿을 수 밖에.

그렇다면 이 책, 화씨 451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일본 책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진 "도서관 전쟁"이다.  일본 컨텐츠 답게 원작 소설이 있고, 애니메이션도 있으며 이것을 영화화한 작품도 있는데 나는 영화만 봤다.  별 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봤던 거익이다.
(https://ko.wikipedia.org/wiki/%EB%8F%84%EC%84%9C%EA%B4%80_%EC%A0%84%EC%9F%81)

그리고 크리스천 베일 주연의 「이퀄리브리엄」도 있다.  사람을 통제하기 위해 책을 포함한 예술작품들을 모두 불태워 버리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이 영화는 디스토피아적 시대상 보다는 건 카타로 더 유명하긴 하다. (건 카타 보기)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책 내용을 다시 요약하거나 정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고 내가 책을 읽으면서 주목했던 것은 책 속에 묘사된, 책을 불태우는 사회가 특정 정부/국가가 강제로 만들어낸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인공 몬태그는 책을 불태우는 직업을 가진 방화수인데, 그가 책을 태우면서 몰래 책을 빼돌려 왔다.  이런 사실을 눈치챈 그의 상사인 밀드레드가 그의 집에 찾아가 왜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그 내용을 살짝 들여다 보면,

"한때는 책이란 것도 이곳저곳 모든 사람들에게 대접받았지. ...  영화와 라디오, 텔레비전, 잡지, 그리고 책들이 점점 단순하고 말초적으로 일회용 비슷하게 전락하기 시작했네. ... 책들이 점점 얇아지기 시작했지. ...  고전들이 15분짜리 라디오 단막극으로 마구 압축되어 각색되고 다시 2분짜리 짤막한 소개 말로, 결국에는 열 내지 열두 줄 정도로 말라비틀어져 백과 사전 한 귀퉁이로 쫓겨났지. ... 이기적인 출판업자들의 손이 결국은 사람들의 마음을 마구 망가뜨려 놓는 거지.  방송인들?  재미없는 건 죄다 내평개쳐 버리는 거야. '왜 쓸데없는 것이 시간을 낭비하지?' 그러면서. ... 인생을 말초적이고 단순한 것으로, 일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후딱 일을 끝내고 나면 그때부터 마냥 놀도 즐기는 시간이 시작되는 거지."

그리고 밀드레드는 이어간다.

"마침내 전 세계 집들이 전부 불연성이 되자 예전처럼 불을 끄는 소방수란 존재가 필요 없게 되었지.  ... 우리 마음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열등한 인간이 된다는 두려움, 그 타당하고 정당한 두려움에 초점을 맞춘 거지."

즉, 이 책 속의 세상에 등장하는 책을 불태우는 사회는 누군가가 독재를 위해 일부러 만들어 놓은 세상이 아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회 자체가 스스로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사회가 점차 스스로 말초적으로 되어가고, 자신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나올 것 같다는 두려움을 잠재우기 위해 책들을 불태우고 있는 사회가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유색인들은 「꼬마 검둥이 삼보」를 싫어하지, 태워 버려. 백인들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싫어하고. 그것도 태워 버려.  누군가가 담배와 폐암과의 관련에 대한 책을 썼다면? 담배 장사꾼들 분통이 터지겠지? 그럼 태워 버려."

이렇듯 인간을 행복한 감정으로 부터 벗어나게 만드는, 논란을 일으키는 모든 것들을 태워버리면 된다는 단순한 사회가 「화씨 451」이 묘사하고 있는 사회다.  이 사회는 단순히 인간을 통제해서 거대한 독재 국가를 만들겠다는, "빅 브라더"가 존재하는 조지 오웰의 「1984년」이 묘사하는 사회와는 살짝 궤를 달리한다.

다양성이 사라진 사회, 내가 믿는 사상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사상이나 생각과 다르다면 단순히 그 생각을 없애면 문제는 없어진다는 사회가 「화씨 451」의 사회다.  그 상징으로 책들이 불태워진다.


이쯤되면 저자인 레이 브래드버리는 최근 우리 사회의 혼란기를 미리 내다보고, 그 끝을 예상한게 아닌가 싶다.  사회주의와 민주주의로 나뉘어 냉전시대를 거치고, 테러로 촉발된 이슬람, 기독교, 중화사상의 대립 한 가운데 또 남, 녀 젠더를 가르는 논란 속에 만약 사회가 손쉬운 해결 책인, 그러한 논란을 모두 없애버리고자 한다면 닥치게 될 사회가 이 책의 사회가 아닐까?

결국 우리는 이러한 수많은 사상과, 철학과, 종교와, 문명과, 갖가지 인류를 구분짓는 다양성을 어떤 방식으로 타협하고 조율하고 조정해 나아갈 것인가가 숙제로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