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19일 토요일

[독서] 일의 격

평소 페이스북에서 팔로우 하는 신수정 박사님? 리더님? 대표님?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겠지만, 보안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나로서는 알 수 밖에 없는 분의 책이다.  (과거 SK인포섹의 대표이셨다.)  그분의 글은 페이스북에서 자주 접하는데 통찰력과 울림을 주는 글들이 많아 항상 관심있게 읽어보는 몇 안되는 나의 SNS 셀럽이다.

그분께서 그간의 글을 모아 책을 내셨다.  게다가 책의 제목도 「일의 격」.  멋지지 않은가?  예전에 즐겁게 읽었던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 같은 느낌도 나고 말이다.

거의 400페이지가 되는 이 책은 저자가 그간 SNS에 올렸던 글들을 거의 그대로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글들을 크게 세 가지 성장, 성공, 성숙으로 분류해서 배치가 되어 있다.  글마다 좋은 내용이 많아서 내가 직접 변화해야겠다고 느껴지는 글들도 있고, 동료나 후배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은 글들도 많았다.  그런 글이 있을 때 마다 책의 한 귀퉁이를 살짝 접어 놓았는데 책을 다 읽고 났더니 모서리가 제법 두툼해졌다.

몇 가지 내용을 발췌해보면,


"신입사원이 아니라 사원이고, 초급 임원이 아니라 임원이다.  초보 원장이 아니라 원장이다. 초보 대표가 아니라 대표이다.  신입이나 초보라는 이름하에 숨을 이유가 없다."


"그리 안 똑똑해도 엄청 똑똑하게 보이는 비결은?  - 질문에 대해서는 '결론만 짧고 명확히 먼저 말한다' 그리고 시간이 남거나 상대가 이유를 요청하면, 근거가 되는 이유 3가지를 첫째, 둘째, 셋째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만 하면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으로 보인다."


"이미 지고 들어가는 말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상사들과 일하는 방법"


이 외에도 많지만 모두 적어놓을 수는 없으니까 줄인다.

하지만 이 좋은 책에도 단점은 있는 법.  좋은 이야기들이 책으로 묶여 있어서 그런지 읽으면서 점점 피로감이 쌓인다.  아무리 피가되고 살이되는 좋은 말이더라도 그 말을 반복해서 들었을 때 주의력이 흩어지는 경험을 해본적이 있는가?  어머니의 잔소리, 명절에 만난 어르신의 덕담, 교장선생님 훈화 등.  처음에는 좋았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딱 그런 체험이었다.  숟가락으로 몸에 좋은 약을 계속 떠 먹여주는 느낌?

그리고 아무래도 SNS에 한 편으로 올라오던 글들이라 모아 놓으니 가끔 중복되거나 비슷한 이야기나 사례가 반복해서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나 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어버리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조금 씩 음미하면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하루에 2~5개 챕터씩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독서] 나는 짧게 일하고 길게 번다

일하지 않아도 수동적으로 돈이 굴러들어오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파이어족(FIRE -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경제적 자립, 빠른 은퇴)인 저자의 노하우를 전해준다고 해서 그 파이프라인이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결론, 불로소득에 가까운 여러 사업기회 유형에 대해서 제시하는 것 까지는 볼만 하지만 각론적으로 들어가면 우리나라 상황에 잘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읽고나면 내가 저자의 파이프라인에 당한 기분이 드는 책이다.

그래도 그런 형태의 소득의 분류 정도는 알면 좋으니 간단하게 요약해보자.


  • 로열티 소득 : 저작권, 인세 등
  • 투자 소득 : 주식, 채권 등
  • 코인 기계 : 자판기 등
  • 광고와 전자상거래 : SNS, 오픈마켓 등
  • 임대 소득 : 부동산, 월세 등 

이 내용 각각에 대해 저자가 설명을 하는데 아무래도 자신의 전공 분야에 조금 더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설명을 한다.  로열티 소득까지는 그래도 흥미 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는데 아마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라 그랬나보다.  책 출판에 있어서 출판사를 통해서 할지, 자가출판을 할지 등 장단점 비교도 있었고, 그림이나 음악 등에 대한 수익모델이 함께 제시되고 있어 흥미로웠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일반적인 내용이었고 그나마 흥미를 끌었던 것은 코인 기계에서 자판기 모델 정도였던 것 같다.

책의 나머지 영역은 자기 계발서적에 맞게 스스로 동기부여 하는 방법과 의지를 갖는 팁 정도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건 이미 자기계발서에 익숙하다면 별 다를 것이 없다.

덕분에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다 나쁘지는 않다.  이 책 덕분에 저자도 했다면 나도 왠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2022년 2월 8일 화요일

[독서] 프로젝트 헤일메리

"I'm Fuc*ed" 라고 시작하는 소설을 알고 있는가?  맞다, 영화로도 유명한 "마션"이다.  이 책은 마션의 저자 앤디 위어의 작품이다.  "마션" 이후에 "아르테미스"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내가 믿고 읽는 SF 작가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자연스럽게 장바구니에 담았었다.

앤디 위어는 문장을 가볍고 통통 튀게 쓴다.  책에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도 별로 깊은 생각을 거치지 않고 내뱉는 말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렇게 보이는 대화 안에는 나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깊은 과학적 지식과 계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구의 운명을 떠안은채 수십광년 떨어진 별들로 여행을 떠나온 주인공.  기억을 잃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만을 기억하고 임무에 집중하면서, 또 천천히 기억나는 지구에서의 기억 파편들이 흥미를 돋군다.  거기에 상상해보면 있을 법한 미생물과 그들이 전 우주적으로 진화해나가는 과정에 대해 아주 세밀한 과학적 분석을 제시하고 있어 읽다보면 정말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뭐 SF 소설이기 때문에 가지는 재미는 마음 껏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소설이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언급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우리는 외계 생명체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대응을 하게 될까?  영화에서는 무작정 공격해오는 부류, 우리와 동등한 입장에서 소통을 하려는 부류, 그것도 아니면 우리를 챙기고 보호하려는 부류 등으로 나오는데 이 소설에서는 인류를 넘어 생명류 간의 우정을 정말 잘 묘사하고 있어 이 부분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결론.  우주에 혼자 낙오 되려거든 상식과 과학적 지식이 엄청나게 넓고 깊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2022년 2월 3일 목요일

[독서] 팀장으로 산다는 건

 팀장 3년차,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프로젝트 일환으로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정말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래 내용 더 읽을 필요 없이, 만약 우리나라에서 막 팀장이 되신 분이라면 지금 바로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이 책은 다른 여느 리더십이나 팀장되기 책들과 다르다.  다른 책들은 팀원들 관리하기, 안전한 조직 만들기, 코칭하기, 멘토링하기, 비전/미션 수립하기 등등 다양한 방법과 기법에 집중하고 있다면, 이 책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례들을 바탕으로 넌지시 건네는 위로와 조언의 말들이다.

이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이 우리나라 많은 다른 팀장들도 고민을 했다는 사실에 위안이 된다. 

크게 3개 파트로 구성이 되어 있다.

 - Part 1 처음 팀장이 된다는 건

 - Part 2 팀장으로 일한다는 건

 - Part 3 팀장을 살아낸다는 건

파트 1에서는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의 암담함과 두려움, 그리고 뭔지 모를 불안함까지.  그 감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고, 파트 2에서는 실제 팀장으로 2년이 흐르면서 느꼈던 고단함과 고민이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파트 3에서는 이런 삶을 살아내고 있는 팀장들에게 더 긴 인생 관점에서 조언을 해주면서 마무리가 된다.

앞서 우리나라에서 막 팀장이 되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한다고 얘기했는데, 그 이유를 간략하게 설명 해본다.

우선 "우리나라" 맞춤형이다.  내용을 보면 팀장은 임원과 직원들 중간에 낀 관리자 역할을 설명해주고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사례들이 정말 딱 우리나라 사례들이다.  내가 만났던 임원들과 가끔 만나는 또라이 같은 상사들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하지만 회사내 역학관계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상황 자체가 그냥 피부로 느껴진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해결책도 딱히 없기 때문에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인 조직을 옮기거나, 퇴사하거나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흘려 들으면서 감내하거나 하라는게 조언이다.  맞지 않은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 책은 여타 다른 자기계발서와 궤를 달리한다.  코칭, 조직관리, 비전/미션 세우기 등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건 다른 책과 자료를 찾아보라.  이 책은 팀장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에세이 모음집에 더 가깝다.  읽고나면 희한하게 위로가 되는 책이다.

지금 다시 책 표지를 보니, 실제 목적이 그런데 있는 책이다.  


"공감과 위로 그리고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