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9일 화요일

[독서] 지구 끝의 온실

자기계발서나 IT 서적들만 연초부터 주야장천 읽다가 마음을 촉촉히 적셔준 「불편한 편의점」 이후 소설을 연이어 읽기로 했다.  확실히 손 놓았던 책읽기를 다시 의욕있게 시작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기준으로 책을 골랐다.
  • 장르소설 이면서, (내가 좋아하는 추리 또는 SF)
  • 국내 작가의, (요즘 장르소설에서 국내 작가가 누구지? 호기심)
  • 해당 영역 베스트셀러, (그래도 재미는 검증되어야겠지)
  • 그리고 평단(?)의 평이 좋은 책 (나의 국내 장르소설 편견... 너무 수준이 낮으면 곤란)
이렇게해서 두 권의 책이 골라졌다.  우선 읽은 책은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

세상에, 내가 아무리 우리나라 작가의 SF 소설 읽기에 소홀이 했다고 치더라도 이정도 수준급의 작가가 있었던가?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된 소설이다.

머언 미래에 "더스트"가 지구를 뒤덮은 세상, 인류는 생존을 위해 돔을 만들어 돔 안에 모여서 사는 사람들과 조금의 내성을 가진데다 돔 안의 사람들에게 쫓겨서 돔 밖에서 사는 사람들로 나뉘어 있다.  그 시대를 거쳐 "더스트"를 대부분 없애고 다시 평소의 삶은 되찾은 인류가 "더스트" 시대에 있었던 한 마을의 이야기를 모스바나라는 식물을 중심으로 되짚어가는 이야기이다.

돔 안의 사람들과, 그 밖의 사람들.  그리고 더 이상 돔이 필요 없는 세상이 왔을 때 그 때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돔 안의 사람들을 용서하지 못하는 모습은 흡사 일제 강점기 시대에 시대의 조류에 맞춰 일본 편에 섰던 사람들이 떠올랐다면 너무 큰 비약일까?
그리고 등장하는 기계를 대표하는 안드로이드, 그리고 그 극에 서있지만 그 특성은 유사하게 묘사되는 식물들.  과연 지구는 우리가 지배하는가 식물이 지배하는가?  아니, 지배라는 말은 적절치 않겠구나.

생태계라는 것이 자연 그대로를 의미하는지, 인위적으로 훼손/조작된 자연도 생태계로 봐야 할지 등 여러가지 생각들을 복합적으로 들게 하는 작가의 역량이 놀라울 뿐이다.  그런 다양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 주면서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매끄러움도 놓치지 않느다.  거기에 과거 등장 인물과, 현재 등장인물이 갖는 인간적인 매력이 이야기에 힘을 불어 넣는다.  모든 등장 인물들이 생동감이 있고 나름의 정이 가는 인물들이다.

김초엽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고 있다.


[독서] 불편한 편의점

최근들어 너무 자기계발이나 IT 서적들만 읽다보니 도저히 진도도 안나가고 책 읽는게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즐거운 소설을 읽는 것!  온라인 서점에서 다음을 기준으로 책을 찾아봤다.

  • 최근 베스트셀러 중에서 (읽으면 재미있어야 하니까)
  • 국내 작가가 쓴 (쉽게 읽혀야 해서, 번역투는 머리 아프다)
  • 서평이 좋은 책 (마음을 촉촉히 적셔줄 감동있는 이야기인지 확인)

그러다보니 딱 눈에 띈 책이 바로 「불편한 편의점」이다.
그렇게 길지도 않고 적당한 분량에 한 번 읽기 시작해서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몰입감이 높은 소설이다.  여기다 내용을 요약할 것은 아니지만 아주 단순화 시켜서 설명해보면,

  • 한 아주머니가 지갑을 어디선가 잃어버린다.
  • 한 서울역 노숙자 남자가 그 지갑을 찾아 준다.
  • 인연이 되어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편의점에 노숙자가 야간 알바로 채용이 된다.
  •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만나는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노숙자는 자신 스스로를 찾는다.

이정도 스토리인데 작가가 스토리텔링을 너무 잘한다.  쉽게 읽히고 코로나로 힘든 현 시대를 반영하고 있고 등장하는 인물들도 대단히 현대적이다.  현대적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2022년이 지금인 요즘 시대를 살고 있는 인물들이다.  더욱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동네도 우리집에서 서울역으로 걸어서 가는길에 얼마 멀지 않은 동네라 그 풍경이 머리에 오롯이 떠올랐다.

시대와 상황이 한 개인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한 명의 소중한 인연과 신뢰가 어떻게 사람을 변모시키는지를 덤덤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주변에 등장하는 손님들, 동료 알바생들의 각자 다른 상황과 어려움, 이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다볼 수 있도록 해주는 소설속 장치들이 절묘하게 어울어져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목표했던 대로 다시 마음이 촉촉해졌다.  기왕에 읽기 시작한 소설을 조금 더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