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30일 일요일

[독서] 요즘 팀장은 이렇게 일합니다 - 백종화

팀장 3년차,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요즘 리더십 관련된 책들을 다시 읽고있다.  이 책도 그 일환으로 읽기 시작했다.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그냥 팀장도 아닌 "요즘팀장"이란다.  그래서 뭔가 과거의 권위적인 팀장과 선긋고 요즘의 리더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겠구나 기대하고 읽었다.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이기 때문에 팀장들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 갖춰야 하는 조건과 고민해야 할 것, 그리고 몇가지 스킬을 알려준다.  대부분 다른 책이나 기사 등에서 많이 나오는 심리적 안전감, 코칭, 피드백 등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어 요즘 나오는 다양한 기법에 대해 알고 싶으면 이 책 한권만 우선 봐도 훑을 수 있을 것 같다.

장황하게 책 전체 내용을 설명하기 보다는 내가 기억에 남는 것만 남겨본다.

리더십 스킬에 대해 팀원들의 연차나 성향, 그리고 주어진 환경에 따라 활용해야 하는 다른 기법을 설명한다.  여기에는 코칭, 카운슬링, 멘토링, 컨설팅 그리고 티칭이 포함된다.  리더십 교육에서는 항상 코칭을 강조하고 코칭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신입사원 등 필요한 시점에는 티칭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저기 코칭을 다 적용해보려고 노력하다 일부 인원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있던 터였는데 나에게는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줬다.

그리고 이런 책의 한계라고 할까?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례로 나오는 팀원들과 대화하는 것은 어느 책에서 봐도 낮뜨겁고 너무 이상적인 대화만 나오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화와 상상도 못해본 답변이 나오는데 여기까지 고려한 책을 아직까지는 보지 못했다.  이렇게 쓰면서도 이해는 된다.  이는 결국 경험의 영역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대화 사례들은 최소화 한 것 같다.  나오더라도 팀장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질문이나 피드백 예시 문구 정도만 나와서 크게 이질감이 없었다.



[독서] 일을 잘한다는 것

후배들의 커리어 관련 질문을 받아 답변을 준비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글 참조 link)

질문중 하나가 일을 잘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해줘야 할까?  물론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데 너무 꼰대스럽지 않을까 경계가 됐다.  예전에 감명깊게 읽었던 다나카 고이치의 「일의 즐거움」이라는 책 내용을 발췌해서 공유를 해줄까?  아니, 오히려 더욱 꼰대 같다.

그래서 이럴 때 내가 자주 애용하는 해결책인 그 분야 책을 찾아서 더 읽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여러 책들 중 눈에 띈 「일을 잘한다는 것」을 골랐다.  제목부터 이미 후배들의 질문이었던 "일을 잘하는 방법"과 일치하지 않는가?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은 안타깝게도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을 잘한다는 것 자체가 과연 무엇일까하는, How 보다는 What을 추구하는 책이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라기보다는 철학서에 가깝다.  그래서 저자가 누구인지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저자 소개에서는 "철학과 예술에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는... 전략 컨설턴트"라고하고 전공도 철학이다.  그리고 또 한명은 경영전략 (우리가 흔히 MBA라고 하는) 쪽 전문가이다.

이 두 사람이 대담 형식으로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형태로 쓰여졌다.  크게 네개 파트로 구성이 되어 있다.

 - Part 1 격차를 만드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 Part 2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 Part 3 일을 잘하는 사람의 생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 Part 4 일을 잘하는 감각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일을 잘한다는 것은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너무나 다른 정의이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하고 추상화해서 공통적인 특성을 뽑아내려고 노력했다.

그 중 책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Part 3의 마지막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생각의 방식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저자들은 "인사이드 아웃"과 "아웃사이드 인" 방식의 사람들이 있다고 봤다.

[아웃사이드 인]

 - 외부 정보에서 답을 찾는다

 - 업무 지시를 성실히 따른다

 - 계획이 완성되어야 실행한다

[인사이드 아웃]

 - 자신의 논리에서 답을 찾는다

 - 자신이 세운 목표를 따른다

 - 우선 실행하고 계획을 수정한다


최근에 읽었던 「리더 디퍼런트」의 저자인 사이먼 시넥의 유명한 TED 강의인 "위대한 리더들이 행동을 이끌어내는 방법"과도 일맥상통한다.  (안보신 분들은 한 번 보시는 것 추천)

What, How, Why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Why이며 내 스스로가 그 Why를 찾아서 나의 일과 연관을 시키고 일을 해야한다는 관점이다.

이 책도 결국은 스스로 의미를 찾는 사람이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결국 수많은 경험의 시간이 축적되어 감각을 높여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조금 삐뚫어진 시선으로 보면, 일본에서 말하는 "장인정신"을 기업에 적용하고 일하는데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식상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둘러 말하고 있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뭐 장인정신이라는 것이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일 머리"가 있는 사람들의 특징을 조금 더 구체화 시키고 그 요소들을 식별해준다.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일을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는 추상적인 내용을 가능한 실체가 있는 무엇으로 그려내고 있으나 그 실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는 더 깊이 나아가지 못한다.

그래도 자기계발서 보다는 철학을 좋아하는 분들은 그런 관점에서 읽어보면 흥미로운 책이다.


[독서] 리더 디퍼런트 - 사이먼 시넥

 회사에서 팀장이 된지 올해로 3년차, 처음 팀장이 되기 전에는 불안한 마음에 팀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여러 책들을 읽었었다.  하지만 그 초심도 만 2년이 넘어가며 흐지부지 되고 처리하는 일에 급급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올해를 기점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에 리더십과 관련된 책들을 읽기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TED의 유명 강의로 알려진 사이먼 시넥의 『리더 디퍼런트』를 읽었다.

이 책은 2014년에 쓰여진 책인데 우리나라에는 2021년에 번역된 것으로 나와 놀랐지만, 조금 더 살펴보니 이미 2014년에 『리너는 마지막에 먹는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을 다시 개정하여 펴낸 것이다.

2014년에 첫 발간 되었을 무렵에는 아마 새로운 이야기였겠지만, 지금은 이미 리더십이나 팀을 운영하는 방식,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에서 직원들에게 "안전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사실을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시작부터 차근차근 풀어내며 결국 기업의 조직도 인간관계라는, 아니 인류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상호 호혜적인 관계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특히 책의 전반부를 장식하는 사람의 생화학 작용, 호르몬에 의한 진화 과정을 설명하며 인간은 왜 함께 서로를 도움으로서 지구상의 지배적 생명체가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이렇게 학습된 인간이기 때문에 직장에서도 개인이 안전함을 느끼는 것 만으로도 소속감이 증가하고 개인의 역량도 한 껏 펼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기업과 리더는 이러한 안전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이를 통해서 팀원들의 소속감도 높이고 더 생산성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작금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인해 무한 경쟁을 강요받는 환경에서 오히려 우리는 조직 내에서 만큼은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외부 위협에 집중하고 내부에서의 경쟁과 위협은 최소화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를 다양한 사례를 이용하여 설명해준다.

사이먼 시넥이 말하는 리더십 레슨은 크게 5가지인데, 다음과 같다.

 1. 기업문화가 제일 중요하다.

 2. 기업 문화는 리더가 결정한다.

 3. 무조건 솔직하게 행동하라.

 4. 가까워지는게 먼저다.

 5. 숫자를 경영하지 말고 사람을 이끌어라.

요즘 나오는 리더십 책들을 보면 사이먼 시넥이 이야기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책이 많아진 것을 보면 2014년에 이미 이런 주장을 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물론 내가 그 분야 전문가는 아니여서 언제부터 이러한 주장들이 등장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리더십과 관련된 책이지만, 의외로 인간의 호르몬 작용과 같은 과학적인 내용과 대공황 이후의 베이붐 세대의 등장에 따른 경제여파, 그리고 최근 기업경영 트렌드까지 다루고 있어 다양한 측면에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제공한다.


2022년 1월 2일 일요일

나는 정말 왜 일을 하고 있을까?

최근에 후배들에게 커리어 관련하여 무엇이든 질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대부분의 후배들은 부담스러웠는지 전혀 반응이 없었지만 이미 나를 잘 알고 있는 몇몇은 장문의 메일로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 질문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 할 수 있었다.

① 일 잘하는 방법 (일을 통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방법)

② 성장하는 방법

③ 사회생활을 잘 하는 방법


답을 하려고 고민을 해보니 사실 정답이 있는 질문들이 아니여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쥐어 짜낼 수 있는 조언 정도가 전부인 것 같았다.  그것도 소위 "꼰대"로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히 답을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고민을 하다보니 문득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왜 일을 하고 있을까?  아니, 과연 나는 왜 일을 하고 있을까?  내가 일을 하는 이유가 있어야, 그 일을 잘하고, 그 일을 통해 성장하고, 성장하면서 겪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해쳐나갈 수 있을테다.  그런 목적 없이는 이 모든 작업들은 하나하나 모두 스트레스 요인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래서, 다시 스스로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는 과연 왜 일을 하는가?

물론 사람마다 일하는 이유는 다를텐데,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내가" 왜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 정리해보고 싶었다.


우선 당연하게도 먹고살기 위해서가 가장 큰 목적이 될 것 같다.  사회 초년생일 때 취직을 하고 첫 월급을 받았을 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혼자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엄청난 성취감이 있었다.  첫 월급을 받아 부모님 선물을 사드리고 뿌듯해 하는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나 역시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받은 월급을 쪼개 적금을 들고, 통장에 돈이 적게나마 쌓여가는 것을 보는 기쁨은 대단했다.

그런데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내가 직장을 얻은 이유이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는 이유가 아니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서 그런지 월급은 몇 달만 받다 보면 당연시 되기 때문에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을 더 잘하고 더 인정을 받고 더 높은 목표를 스스로 세워서 정진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던 것 같다.

과연 나는 왜 그랬을까? 

일단은 재미있었다.  나에게 주어지는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첫 직장에서 내가 맡았던 역할은 개발자였기 때문에 주 업무가 프로그래밍이었다.  컴파일이 안되거나, 로직상 오류가 발생하는 것을 몇날 몇일을 밤을 새워가며 해결했을 때의 그 희열이란!  당시에는 내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데서 보람을 느꼈고, 그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을 선배에게 인정을 받는 것에서 기쁨을 느꼈던 것 같다.

물론 이런 재미는 그 일이 내 성향과 어느정도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그랬을터이다.

그리고 어느정도 경력이 쌓여가면서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줘서 그들이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도와줄 때 또 다른 형태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는 내 목표가 회사에서 "보안" 하면 무조건 내 이름이 생각나도록 하자였다.  그래서 전사 게시판에 보안과 관련된 질문이 올라오면, 설사 내가 잘 모르는 분야더라도 따로 공부를 해서 답변을 달아주고는 했다.  그러다보니 계속 공부를 하게 되는 선순환도 생겼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마도 나는 "존중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일을 해온게 아닌가 싶다.  이는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이론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인간의 욕구가 그 중요도별로 일련의 단계를 형성한다는 이론이다.  즉,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소속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 욕구의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앞 단계가 충족이 되면 그 다음 단계로 욕구가 전이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나는 취직을 통해 기본적인 급여를 받으면서 생리적, 안전의 욕구는 충족이 되었고, 문제해결과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통해 애정·소속 욕구와 함께 아주 기초적인 존중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태까지는 더 발전하지 못하고, 이 존중의 욕구를 계속 충족시키기 위해 마치 애정결핍에 걸린 사람처럼 끊임없이 일에 매진을 해온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아직 나는 나의 자아실현의 욕구 자체를 강하게 느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이론이 모든 사람들에게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일단 나에게 있어 자아실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깊이있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지금 드는 생각은, IT인력의 끊임없는 연봉상승을 위한 작금의 이직 현상은 나와 비슷하게 인정을 받기 위한, 존중을 받기 위한 움직임인 것 같다.  자본주의, 아니 신자유주의 세상에서는 당연히 나의 가치는 나의 연봉과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연봉은 회사와 사회가 나를 더 많이 존중해주는 것이므로.


결론.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애정결핍에 걸린 사람처럼 계속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해왔다는 사실을 이 글을 적으면서 깨달았다.  그렇다고 전혀 후회가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나 스스로 나를 존중할 수 있으니까.  (아니 잠깐, 혹시 이게 자아실현인건가?  이건 더 심사숙고 해봐야겠다.)


오늘 깨달은 이 사실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쓸 편지를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