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일 월요일

일은 많은데 일 하기 싫을 때 일을 해내는 방법 - 내 경험을 바탕으로

왜 일은 항상 한꺼번에 물밀듯 밀려오는걸까?  그런데 다시한번 곰곰히 생각해보면 일이 물밀듯 밀려온다기 보다는, 내가 자초한 일인 경우가 더 많다.  해야 할 일을 자주 미루다 보니 모든 일이 한꺼번에 마감일이 겹치면서 참사가 일어나는 경우다.  그렇다면 일을 미루지 않으면 된다고?  하지만 일은 미루어야 더 창의적인 인재가 된다는 연구도 있다.

“일을 미루는 행동을 통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고 예상치 못한 도약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워튼 스쿨의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애덤 그랜트)

사실 이 말은 미루는게 습관이 된 나에게 스스로 면죄부를 주기위해 기억하고 다니는 말이다.  하지만 미루었던 미루지 않았던, 일이 갑자기 몰려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신 없이 일이 많을 때는 정신줄을 놓아버릴만큼 내 몸 가누기도 쉽지 않다.  머리 속은 해야 할 일들로 가득하고 어떤 일이 중요한지, 어떤 일이 시급한지 구분도 되지 않고 모든 일들이 동일한 무게감으로 나를 짓누른다.  게다가 시간은 어찌나 야속하게 빨리 흐르는지...  안그래도 일 하기 싫은데 더욱 더 절실하게 일이 하기 싫어진다.

나도 팀을 꾸려가면서 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업무와 갑자기 튀어나오는 상사들의 요청,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프로젝트 이슈로 팀원이 급하게 도움을 요청해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 고객이 급하게 보고서를 요청하면 그냥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거기에 원래 미루던 업무 마감이 당장 이번주라면?  여러분은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없는가?  어디 계단에서 굴러서 병원에라도 실려가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한다.

희한하게도 나는 위와 같은 경험을 매년 약 세 번에서 네 번 정도 경험하는 것 같다.  거의 분기 별로 한 번 정도는 일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가 나를 덮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내가 아직 이렇게 잘 버티고 살아있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을 처음 경험했을 때는 여러 업무가 동시에 마감이 겹치는 경우 모든 업무를 전부 다 납기내 수행하지 못해 고객, 상사, 동료들에게 욕먹은 적도 많았다.  그 욕을 자양분삼아 경험한 나만의 일하는 방법을 정리해본다.


우선 15분만 시간을 내어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이 15분이 무척 중요하다.  이때는 다른 어떤 방해도 받으면 안되고 오직 한가지 일에만 몰두해야 한다.  이 15분이 내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일들을 제 때 완수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한다.
15분간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목록을 모두 적는다.  적을 때 해야 할 일 옆에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마감일도 함께 적는다.  그리고 마감일 중 정말 최종의 최종까지 미루고 미뤄도 되는 날짜도 같이 적는다.  엑셀을 사용해도 되지만 나는 손으로 직접 쓰던지, 메모장을 열고 메모장에 적는 편이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작성한다.

오늘이 5월 2일 저녁이라고 가정한다.
  • OO 관련 사업부장님 보고자료 작성 / 5월 4일
  • 전사 세미나 발표자료 작성 / 5월 6일
  • OO 프로젝트 이슈관련하여 협조 메일 보내기 / 5월 6일
  • 전략과제 회의를 위한 논의 기초자료 만들기 / 5월 4일 (5일, 6일이 회의니까...)
  • XX 프로젝트 최종 결과보고서 리뷰 후 의견 주기 / 5월 6일
자, 이제 절반을 왔다.  중간에 전략과제 회의를 위한 논의 기초자료는 4일까지 작성해서 공유하기로 했지만 5일이 휴일이고 6일 오후가 회의이기 때문에 5일 저녁이나 6일 오전에 보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의지치가 아닌 실제 이 날을 넘기면 큰일나는 날짜로 작성하는 것이 식은땀도 나고 좋다.


일를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갠다.

얼핏 보면 마감일이 임박한 것 순서대로 정렬해서 급한 것 부터 먼저하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접근해보면 오히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때가 있다.  당장 급해보이는 사업부장님 보고자료를 첫 페이지를 열어놓고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않아 또다시 일하기 싫은 모드로 돌변하여 갑자기 집안 청소를 하거나, 책상 정리를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럴 때는 위 일들을 1시간 내 끝낼 수 있는 작업 단위로 쪼갠다.
원래 일을 할 때는 일을 완수하면서 끝내는 성취감을 자주 가지는게 중요하다.  이런 성취감은 큰 일을 했을 때나, 작은 일을 했을 때나 체감하는 것은 비슷하기 때문에 작은 성취감을 자주자주 느끼는 것이 일을 지속하는데 효과적이다.  따라서 이런 작은 성취감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시간 단위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일의 단위도 시간 단위로 쪼개주는 것이 좋다.
쪼개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보통 보고서는 목차 단위로, Task는 일의 절차 단위로 나눠주면 쉽게 할 수 있다.  만약 목차 잡는 것 부터가 큰 일이라면 그 큰일에 너무 시간을 들이지 말고 일단 목차를 잡겠다는 일 조차도 일로 표현하면 된다.

  • OO 관련 사업부장님 보고자료 작성 / 5월 4일
    • 개요
    • 이슈사항
    • 해결방안
    • 향후 계획
  • 전사 세미나 발표자료 작성 / 5월 6일
    • 스토리라인 잡기
    • 목차 완성
    • 본문 작성
  • OO 프로젝트 이슈관련하여 협조 메일 보내기 / 5월 6일
  • 전략과제 회의를 위한 논의 기초자료 만들기 / 5월 4일 (5일, 6일이 회의니까...)
    • 회의 Agenda 정리
    • Agenda 별 논의 Point 잡기
    • 메일 공유
  • XX 프로젝트 최종 결과보고서 리뷰 후 의견 주기 / 5월 6일
    • 결과보고서 읽기
    • 수정사항 표시하기
    • 회신하기

가장 급한 것이 아닌, 가장 쉬운 것 부터 먼저 시작해본다.

지금 나의 상태는 일이 너무 하기 싫지만 일은 무지막지하게 쌓여 있어 제정신이 아닌 상태다.  따라서 이런 상태로는 중요한 일을 우선순위에 따라서 잘 처리할 자신이 없다.  이럴 때는 가장 쉬워보이는 일을 우선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위 예에서는 상대적으로 마감일에 여유가 있는 OO 프로젝트 이슈관련하여 협조 메일 보내기가 가장 만만한 것 같다.  팀원이 부탁했는데 나도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서 미뤄뒀던 것 같다.  뭐, 지금은 급한 상황이니까 부탁도 재빠르게 해치울 수 있을 것 같다.
정중하게 부탁하는 메일을 보내고 저 업무에 두 줄을 쭉쭉 그어서 지워버린다.  만약 메모장이나 엑셀에 썼으면 지우기 보다는 잘라내기 해서 목록의 가장 아래에 [완료] 표시를 해 놓는 것을 추천한다.  아예 지워버리면 또 다시 목록에는 해야 할 일들만 남아있기 때문에 나의 성취감을 충분히 만끽할 수 없다.  만약 나처럼 종이에 썼다면 펜으로 죽죽 그어버리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본다.
나는 바로 이어서 내가 직접 뭔가를 만드는 일이 아닌, 남이 만들어 놓은 문서를 읽어보고 의견만 줘도 되는 업무가 쉬워보여서 결과보고서 리뷰도 먼저 처리했다.

  • OO 관련 사업부장님 보고자료 작성 / 5월 4일
    • 개요
    • 이슈사항
    • 해결방안
    • 향후 계획
  • 전사 세미나 발표자료 작성 / 5월 6일
    • 스토리라인 잡기
    • 목차 완성
    • 본문 작성
  • OO 프로젝트 이슈관련하여 협조 메일 보내기 / 5월 6일
  • 전략과제 회의를 위한 논의 기초자료 만들기 / 5월 4일 (5일, 6일이 회의니까...)
    • 회의 Agenda 정리
    • Agenda 별 논의 Point 잡기
    • 메일 공유
  • XX 프로젝트 최종 결과보고서 리뷰 후 의견 주기 / 5월 6일
    • 결과보고서 읽기
    • 수정사항 표시하기
    • 회신하기
※ 벌써 많은 일을 처리한 것 같지 않은가?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일이 손에 붙고 탄력이 생기면 중요한 것을 먼저 한다.

어느정도 성취감을 느끼면서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으면 남아있는 업무중에 정말 중요한 것, 의미 있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  만약 내가 상사에게 보고하고 능력을 인정받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느낀다면 위 과제 중에서는 사업부장님 보고자료를 먼저 작업을 해야한다.  하지만 내가 만약 그 보다는 스스로의 역량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뽐내는 것에 조금 더 의미부여가 되어 있다면 전사 세미나 발표자료를 먼저 시작할 수도 있다.  다만 이때는 마감일을 고려해서 발표자료 전체를 바로 작성하는 것 보다는 스토리라인과 목차까지만 먼저 작업하는 것이 좋겠다.

내 경험에 기반한 글이지만 계속해서 효과를 보고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일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청소는 어제 했고, 내 책상도 이미 너무 깨끗해서 글을 쓰는 방도 뿐이 없었다.

기억하자.  일을 큰 덩어리로 접근하면 중간에 성취감도 느끼기 어렵고, 하나의 작업에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되므로 금방 지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일을 작게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쉬운 것 부터 일단 먼저 시작해본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능하면 미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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