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일 월요일

일은 많은데 일 하기 싫을 때 일을 해내는 방법 - 내 경험을 바탕으로

왜 일은 항상 한꺼번에 물밀듯 밀려오는걸까?  그런데 다시한번 곰곰히 생각해보면 일이 물밀듯 밀려온다기 보다는, 내가 자초한 일인 경우가 더 많다.  해야 할 일을 자주 미루다 보니 모든 일이 한꺼번에 마감일이 겹치면서 참사가 일어나는 경우다.  그렇다면 일을 미루지 않으면 된다고?  하지만 일은 미루어야 더 창의적인 인재가 된다는 연구도 있다.

“일을 미루는 행동을 통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고 예상치 못한 도약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워튼 스쿨의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애덤 그랜트)

사실 이 말은 미루는게 습관이 된 나에게 스스로 면죄부를 주기위해 기억하고 다니는 말이다.  하지만 미루었던 미루지 않았던, 일이 갑자기 몰려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신 없이 일이 많을 때는 정신줄을 놓아버릴만큼 내 몸 가누기도 쉽지 않다.  머리 속은 해야 할 일들로 가득하고 어떤 일이 중요한지, 어떤 일이 시급한지 구분도 되지 않고 모든 일들이 동일한 무게감으로 나를 짓누른다.  게다가 시간은 어찌나 야속하게 빨리 흐르는지...  안그래도 일 하기 싫은데 더욱 더 절실하게 일이 하기 싫어진다.

나도 팀을 꾸려가면서 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업무와 갑자기 튀어나오는 상사들의 요청,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프로젝트 이슈로 팀원이 급하게 도움을 요청해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 고객이 급하게 보고서를 요청하면 그냥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거기에 원래 미루던 업무 마감이 당장 이번주라면?  여러분은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없는가?  어디 계단에서 굴러서 병원에라도 실려가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한다.

희한하게도 나는 위와 같은 경험을 매년 약 세 번에서 네 번 정도 경험하는 것 같다.  거의 분기 별로 한 번 정도는 일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가 나를 덮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내가 아직 이렇게 잘 버티고 살아있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을 처음 경험했을 때는 여러 업무가 동시에 마감이 겹치는 경우 모든 업무를 전부 다 납기내 수행하지 못해 고객, 상사, 동료들에게 욕먹은 적도 많았다.  그 욕을 자양분삼아 경험한 나만의 일하는 방법을 정리해본다.


우선 15분만 시간을 내어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이 15분이 무척 중요하다.  이때는 다른 어떤 방해도 받으면 안되고 오직 한가지 일에만 몰두해야 한다.  이 15분이 내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일들을 제 때 완수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한다.
15분간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목록을 모두 적는다.  적을 때 해야 할 일 옆에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마감일도 함께 적는다.  그리고 마감일 중 정말 최종의 최종까지 미루고 미뤄도 되는 날짜도 같이 적는다.  엑셀을 사용해도 되지만 나는 손으로 직접 쓰던지, 메모장을 열고 메모장에 적는 편이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작성한다.

오늘이 5월 2일 저녁이라고 가정한다.
  • OO 관련 사업부장님 보고자료 작성 / 5월 4일
  • 전사 세미나 발표자료 작성 / 5월 6일
  • OO 프로젝트 이슈관련하여 협조 메일 보내기 / 5월 6일
  • 전략과제 회의를 위한 논의 기초자료 만들기 / 5월 4일 (5일, 6일이 회의니까...)
  • XX 프로젝트 최종 결과보고서 리뷰 후 의견 주기 / 5월 6일
자, 이제 절반을 왔다.  중간에 전략과제 회의를 위한 논의 기초자료는 4일까지 작성해서 공유하기로 했지만 5일이 휴일이고 6일 오후가 회의이기 때문에 5일 저녁이나 6일 오전에 보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의지치가 아닌 실제 이 날을 넘기면 큰일나는 날짜로 작성하는 것이 식은땀도 나고 좋다.


일를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갠다.

얼핏 보면 마감일이 임박한 것 순서대로 정렬해서 급한 것 부터 먼저하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접근해보면 오히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때가 있다.  당장 급해보이는 사업부장님 보고자료를 첫 페이지를 열어놓고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않아 또다시 일하기 싫은 모드로 돌변하여 갑자기 집안 청소를 하거나, 책상 정리를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럴 때는 위 일들을 1시간 내 끝낼 수 있는 작업 단위로 쪼갠다.
원래 일을 할 때는 일을 완수하면서 끝내는 성취감을 자주 가지는게 중요하다.  이런 성취감은 큰 일을 했을 때나, 작은 일을 했을 때나 체감하는 것은 비슷하기 때문에 작은 성취감을 자주자주 느끼는 것이 일을 지속하는데 효과적이다.  따라서 이런 작은 성취감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시간 단위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일의 단위도 시간 단위로 쪼개주는 것이 좋다.
쪼개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보통 보고서는 목차 단위로, Task는 일의 절차 단위로 나눠주면 쉽게 할 수 있다.  만약 목차 잡는 것 부터가 큰 일이라면 그 큰일에 너무 시간을 들이지 말고 일단 목차를 잡겠다는 일 조차도 일로 표현하면 된다.

  • OO 관련 사업부장님 보고자료 작성 / 5월 4일
    • 개요
    • 이슈사항
    • 해결방안
    • 향후 계획
  • 전사 세미나 발표자료 작성 / 5월 6일
    • 스토리라인 잡기
    • 목차 완성
    • 본문 작성
  • OO 프로젝트 이슈관련하여 협조 메일 보내기 / 5월 6일
  • 전략과제 회의를 위한 논의 기초자료 만들기 / 5월 4일 (5일, 6일이 회의니까...)
    • 회의 Agenda 정리
    • Agenda 별 논의 Point 잡기
    • 메일 공유
  • XX 프로젝트 최종 결과보고서 리뷰 후 의견 주기 / 5월 6일
    • 결과보고서 읽기
    • 수정사항 표시하기
    • 회신하기

가장 급한 것이 아닌, 가장 쉬운 것 부터 먼저 시작해본다.

지금 나의 상태는 일이 너무 하기 싫지만 일은 무지막지하게 쌓여 있어 제정신이 아닌 상태다.  따라서 이런 상태로는 중요한 일을 우선순위에 따라서 잘 처리할 자신이 없다.  이럴 때는 가장 쉬워보이는 일을 우선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위 예에서는 상대적으로 마감일에 여유가 있는 OO 프로젝트 이슈관련하여 협조 메일 보내기가 가장 만만한 것 같다.  팀원이 부탁했는데 나도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서 미뤄뒀던 것 같다.  뭐, 지금은 급한 상황이니까 부탁도 재빠르게 해치울 수 있을 것 같다.
정중하게 부탁하는 메일을 보내고 저 업무에 두 줄을 쭉쭉 그어서 지워버린다.  만약 메모장이나 엑셀에 썼으면 지우기 보다는 잘라내기 해서 목록의 가장 아래에 [완료] 표시를 해 놓는 것을 추천한다.  아예 지워버리면 또 다시 목록에는 해야 할 일들만 남아있기 때문에 나의 성취감을 충분히 만끽할 수 없다.  만약 나처럼 종이에 썼다면 펜으로 죽죽 그어버리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본다.
나는 바로 이어서 내가 직접 뭔가를 만드는 일이 아닌, 남이 만들어 놓은 문서를 읽어보고 의견만 줘도 되는 업무가 쉬워보여서 결과보고서 리뷰도 먼저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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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많은 일을 처리한 것 같지 않은가?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일이 손에 붙고 탄력이 생기면 중요한 것을 먼저 한다.

어느정도 성취감을 느끼면서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으면 남아있는 업무중에 정말 중요한 것, 의미 있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  만약 내가 상사에게 보고하고 능력을 인정받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느낀다면 위 과제 중에서는 사업부장님 보고자료를 먼저 작업을 해야한다.  하지만 내가 만약 그 보다는 스스로의 역량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뽐내는 것에 조금 더 의미부여가 되어 있다면 전사 세미나 발표자료를 먼저 시작할 수도 있다.  다만 이때는 마감일을 고려해서 발표자료 전체를 바로 작성하는 것 보다는 스토리라인과 목차까지만 먼저 작업하는 것이 좋겠다.

내 경험에 기반한 글이지만 계속해서 효과를 보고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일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청소는 어제 했고, 내 책상도 이미 너무 깨끗해서 글을 쓰는 방도 뿐이 없었다.

기억하자.  일을 큰 덩어리로 접근하면 중간에 성취감도 느끼기 어렵고, 하나의 작업에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되므로 금방 지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일을 작게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쉬운 것 부터 일단 먼저 시작해본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능하면 미루지 말자.

2022년 4월 20일 수요일

급여 인상 면담과 사측 vs 직원

팀장의 업무중에 하나가 팀원 케어다.  

(요즘은 별거 아닌 단어도 영어로 쓰이다 보니 "케어(Care)"가 돌봄, 보살핌이라는 뜻인데 직역하자면 팀원 돌봄인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쓰면 느낌이 팀원을 어린이 취급하는 것 같아 굳이 케어라는 단어로 사용하는 것 같다.)

우리회사는 매년 4월에 연봉 협상(이라고 쓰고 통보라 읽는다)과 그에 따른 급여인상이 이루어진다.  대체로 역량에 따라 차등으로 급여 인상 폭이 정해지고 팀원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그리고 현재 급여의 수준에 따라 인상 비율이 정해진다.  인사 조직에서 이렇게 비율이 정해지면, 팀장들을 대상으로 공유를 해주고, 팀장들은 공유받은 기준을 바탕으로 팀원들에게 전달을 해야한다.

"회사는 당신의 노력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노력으로 회사는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고, 성장한 만큼 보상을 위해 귀하의 역량에 따라 00% 만큼의 급여 인상을 해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고생 많으셨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대충 이정도의 의미로 팀원들과 의사소통을 해달라는 안내가 내려오고, 팀장들은 충실히 그 안내에 따라 팀원들 개개인과 면담을 진행한다.  위 글에서 느꼈다시피 팀장은 회사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야하고, 혹시라도 팀원의 불만에 대해서는 회사의 정책과 노력 그리고 한계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어 팀원을 납득시키는 역할도 수행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렇게 면담을 진행하다보면 중간에 나 스스로 퍼뜩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직원인가 회사인가?'  물론 팀장은 회사와 팀원 중간에서 회사의 방향에 맞게 팀원들을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런 느낌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팀장이기 이전에 팀원이었기 때문에 회사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지금의 느낌이 아직 익숙치 않다.  이런 회사측 대리인이 된 느낌은 팀장을 오래하게 되면 익숙해지기 마련일까?

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회사도 아니고 팀원도 아닌 그 어중간한 입장이 나는 더 좋다.  그래야 나도 팀원들과 함께 부대끼며 함께 일하고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팀원들의 나이대에 따라 급여인상 안내에 대한 반응이 제각각이다.

 - 40대 이상 고참 : "아~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고생 많으시네요~ 회식은 언제?"
 - 30대 중후반 : "감사합니다. 혹시 공지된 평균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OO 때문인가요?"
 - 30대 이하 사원/선임 : "넵!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참들은 그러려니, 내가 직접 연락을 해서 알려준다는 사실을 놀라워했다.  중간 층은 본인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급여 수준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민감해했고 회사의 기준을 세세한 것 까지 질문을 쏟아내서 곤혹스러웠다.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안되는 사원/선임 들은 무조건 열심히 하겠단다.


아직 이야기 하기 곤란한 팀원들도 있었는데, 성과가 낮아 급여인상에 제한이 있는 사람들이다.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정해져 내려온 것이긴 하지만 이런 곤란한 말을 직접 전해야 하는 상황은 당장에라도 팀장 자리를 때려치고 싶게 만든다.  이럴 때,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평상시에 스트레스와는 거리가 멀었기에 이런 스트레스는 팀장이 되고 난 뒤에야 새롭게 발견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라는 표현 자체를 잘 이해 못했었는데 팀장이 되고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일년에 두 번씩 받는다.  일년에 두 번, 상반기/하반기 평가 시 상대평가로 인해 가장 낮은 등급을 받는 팀원들을 면담할 때 받는다.  이 스트레스는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냥 팀장의 원죄라고 받아들이고 살고 있다.



2022년 4월 17일 일요일

커리어 강사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듯, 나의 커리어 산맥

얼마전 회사의 교육팀에서 강사 참여 섭외가 왔다.  고참급 책임들 중 팀장의 추천을 받은 인원들을 대상으로 향후 커리어를 고민해보는 과정이라고 했다.  일명 "커리어 디자인 과정".  내가 회사에서 특정 분야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니 나의 커리어를 교육 참가자들과 공유하고 그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마련한 모양이다.

이런 기회가 있을 때는 나는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이런 교육 기회가 아니면 내가 회사에서 나보다 상대적으로 더 젊은 직원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 스스로도 성장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나 스스로 성장한다는 느낌은 이번 교육에서도 또 다시 체감을 했다.

교육 참가자들이 여러 강사들 중에서 본인과 커리어가 가장 유사하거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강사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우선 나 자신의 소개 자료를 제공해야 했다.  이렇게 내 소개 자료를 만들다 보니 과연 나라는 사람은 어떤 전문가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됐다.  나의 강점은 무엇인가?  나의 차별화 요소는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서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내가 교육 참가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면서 자료를 작성하니 내가 하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뭐라고 우리 회사의 촉망받는 인재들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걸까?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우리 직장인은 마감이 있는 작업은 빠르게 해치워야 해서 나 스스로를 브랜딩하고 Selling 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드렸다.

그 자료 중에 아래와 같은 "커리어 산맥"도 있다.  커리어 산맥은 내가 지금껏 업무를 하면서 크게 성장감을 느꼈던 주요 지점과 그 이유를 아래 그림과 같이 작성하는 것이다.  성장감을 높여가면서 우상향을 하고 있는 모양새가 산맥과도 같아서 커리어 산맥으로 지칭하는 것 같다.


[나의 커리어 산맥]



이런 작업은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줘서 좋았다.  내가 어떤 길을 걸어 왔었구나.  그래, 이런 프로젝트들은 정말 나를 힘들게 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가장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성장시켜 주었구나.  일도 그랬고 사람도 그랬다.  좋은 사람들, 나쁜 사람들 모두 나를 어떤 형태로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변화시켰다.  지금이 나는 과거 시간의 축적이라는 사실이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 산맥은 나의 커리어가 종료되는 시점, 내리막길은 표현하지 않는다.  그래서였을까?  교육 과정에서 나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했던 참가자 중에 많은 분들이 나의 미래를 물었다.  나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니까 은퇴나 퇴직 후에도 그 전문성을 살려서 커리어 계획이 이미 다 짜여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의 미래를 위해 참석했는데, 그들이 나의 미래를 묻고 있었다.  

물론 안개 같이 뿌연 계획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현재 시점에서는 계획보다는 "꿈"에 가깝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세부 작업들이 무엇인지조차 뚜렷하지 않다.  나 스스로 당황하는게 느껴졌다.  답을 하기 어려워 대충 내가 생각하고 있는 "꿈"에 대해서만 얼버부렸던 것 같다.

다른 이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준비하면서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별거 아닌 나에게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얻고, 기회를 찾고,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나 스스로가 성장함을 느꼈으니 전체로 보면 이익인 교육 과정이 아니였을까?  (아니, 이런...  무책임한 강사 같으니라고...)

남들에게 가르치고 이야기를 해주면 본인도 성장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기회가 생기면 힘들고 귀찮다고 피하지 말고 적극 도전해보자.


2022년 4월 16일 토요일

[독서]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 김봄

좌파, 우파 가릴 것 없이 함께 든든하게 살아온 가족이면 그 관계가 우선하지 않을까?

작가가 덤덤하게 써내려간 소소한 에피소드들의 모음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념이나 사상이나 그런 것들보다 사랑, 우정, 박애가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하고.

짧고,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오랜만에 읽은 참 좋은 수필이다.


그나저나, 나만 고양이 없어!


[독서]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뇌 과학을 기반으로 우리가 배우고 학습하는 것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우리가 흔히 착각하고 있는 것들을 바로잡아주고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학습을 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듣는 청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을 할 수 있을지를 설명한다.

책 자체는 약 400페이지 정도로 조금 두꺼운 편인데 예상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읽혔다.  저자가 아주 쉬운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뇌과학과 관련된 뇌 구조 등은 언급을 하지만 그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용어를 외워야 할 것 같은 방식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작 원리나 방식을 이해시킴으로서 우리가 왜 이런식으로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상세히 설명을 해주고 있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장별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딱 1가지 씩이다. (생각해보니 잘 썼네...)

  • 한 가지에 집중하라 (멀티태스킹은 불가능하다)
  • 두 가지를 결합하라 (매거크 효과)
  •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예측을 깨라 (작동, 절차, 서술 기억)
  • 우리는 어떻게 배우는가 (맥락 의존적 vs. 상태 의존적)
  • 일 잘하는 뇌를 찾아라 (집중력)
  • 청크를 만들고 인터리빙하라 (학습 후 인터리빙 - 기본은 충실)

뭐 이렇게만 써 놓으면 처음 보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 모를테지만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대충 기억은 날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나도 학습은 한 학습 한다고 자부 하는데 내가 스스로 터득했던 여러가지 공부 방식들이 이 책에서도 적극 추천하고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나는 막연하게 나에게만 효과가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을 했었다면, 이 책에서는 그 방법들이 뇌가 가진 특성으로 인해 당연히 더 효과적이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독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이미예

소설 연달아 읽기가 가끔은 삭막했던 나의 마음을 따뜻하고 촉촉하게 적셔준다.  이 책은 딱 그 용도의 책으로 적합했다.  꿈속 세상이 있고, 그 꿈속 세상에서 꿈을 파는 이야기.  분위기도, 등장 인물들도 환상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해리포터 첫 번째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이 꿈틀대며 올라왔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두근거리고 기대되는 마음이라고 할까?  책장을 넘기며 책이 끝나가는게 실시간으로 아쉬워지는 그런 느낌.  끝나지 않고 이야기가 영원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

꿈 속 세상의 설명과 묘사는 내가 몇 번을 책 저자가 누구인지를 들춰봐야 했을 만큼 국내 작가의 글이 아닌 것 같았다.  오묘하게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그렇고, 묘사되는 상황이나 배경도 그렇고 외국 소설 번역인가?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꿈속 이야기에서 그 꿈을 꾸는 현실의 사람들로 초점이 바뀌면 아, 우리나라 소설이구나라는 느낌이 확 살아난다.  꿈과 현실을 이렇게 문체를 가지고도 구분을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꿈을 파는 꿈 백화점.  그리고 꿈을 만드는 장인들.  이들의 흥미롭고 가슴뛰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냥 항상 꿈 같지는 않다.  현실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어내는 사람들이 무의식인 꿈을 통해 위안을 받고 성장을 하는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 있다.  오히려 이런 현실과의 대비에서 꿈 백화점이 그 의미를 찾는다.

짦게라도 계속 나왔으면 좋겠는 이야기.  팬 픽션도 많이 나올 법 한데 찾기가 어렵네...

[독서] 천 개의 파랑 - 천선란

직전 글에서도 썼지만 우리나라 SF 소설의 수준이 내가 모르는 사이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것 같다.  이번 책 「천 개의 파랑」도 마찬가지다.  읽고 나서 책을 덮으면서 느끼는 여운이 상당히 오래 갔다.  2주 전에 읽고 지금에서야 글을 쓰는 것임에도 당시의 여운과 감정이 고스란이 살아나고 있다.

브로콜리, 줄여서 콜리.  이 로봇은 어쩌다가 인공지능을 갖게 되었다.  우리 모두도 어쩌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처럼.  그리고 콜리는 경주마와 함께 지내면서 산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나름대로의 답을 찾는다.  그 와중에 경마장을 중심으로 주인공과 그 가족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은 외롭다.  아니, 외로운지도 모르는 상태다.  그냥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내고 있는 아이.  엄마와 언니도 각자 그들의 물리적, 내적 공간에 따로 삶을 각자 살아내고 있다.  이렇게 파편화된 가족에 콜리가 어느덧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왜?  사는건 뭔가요?  왜?

콜리, 경주마를 중심으로 파편화된 한 가족이 다시 서로를 발견하고 한 가족으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이다.  내용만 놓고 보면 이게 왜 SF 작품이지 싶지만 콜리는 로봇이다.  그리고 인간이 아닌 무엇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이 작품은 완전한 SF가 된다.

「앨저넌에게 꽃을」 작품이 생각난다.  SF는 최소한의 장치로 존재하고 나머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2022년 4월 2일 토요일

이직할 때 팀장과 사이좋게 헤어지는 방법 [팀장편]

내가 팀장 역할을 맡은지 만 2년을 막 넘겼기 때문에 책에서 읽었던 팀장이 경험하게 되는 많은 일들을 모두 다 겪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3년이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팀원 5명을 내보내면서 우리회사에서도 평균을 웃도는 퇴사자를 경험했다.

우리 팀원들은 퇴사하면서 팀장인 나와 크게 다투거나 마음이 상한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퇴사나 이직을 하는 과정에서 직장 상사와 마찰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본다.  심한 경우에는 갈등이 극단까지 치달아 다시는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서로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그리고 내가 퇴사자들을 겪으며 퇴사 후에도 서로 절친까지는 아니어도 우연히 길에서 만나면 반갑고 환하게 인사할 수 있는 사이로 헤어지는 방법에 대해서 역지사지의 방법으로 기록해본다.  이번에는 팀장 입장에서 우선 이야기해보자.


첫 반응

우선 팀장 입장에서 퇴사자가 발생하면 대단히 곤혹스럽다.  처음 팀장의 머리에 스치는 생각은 '퇴사자의 현재 업무는 어떻게 하지?' 일 가능성이 높다.  퇴사하는 입장에서는 서운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팀장이라는 업무의 특성 상 어쩔 수 없이 퇴사자로 인해 생기는 공백 때문에 남아있는 다른 팀원들 걱정이 된다.

따라서 우선 팀장은 퇴사자가 퇴사 의사를 밝혔을 때 가능하면 즉답을 피하고 "그럼 OO 일은 어쩌고?", "OO 프로젝트는 마치고?" 등의 말로 굳이 그 시점에 중요하지 않은 말을 먼저 내뱉는 실수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이때는 "아, 그렇구나." 또는 "고민이 많았겠네." 하면서 그 이후에 퇴사자의 이야기를 끌어내어 경청하는 자세를 준비해야한다.  퇴사자는 어쩌면 마음을 돌릴 수도 있고, 이미 마음을 굳게 먹었을지도 모르지만 첫 대화 한마디로 결정을 변경하지는 않기 때문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팀장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퇴사자의 퇴사 이유를 허심탄회하게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퇴사자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내야 하므로 경청하는 자세로 들어가기 위한 피드백이 중요하다.

아쉬움 전달

이야기를 듣다보면 퇴사자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가 아무리 팀장 입장에서 사소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무척 큰 일일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이 멀어서 이직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이 드신 팀장 입장에서는 황당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의 개인 건강상태나 가족 상황 등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면 섣불리 판단하지 못한다.  장거리 출퇴근은 그 당사자에는 우선순위가 매우 높은 이직 이유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퇴사자의 퇴사 이유를 경청을 하면 그 직원의 입장에서 최선의 판단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만약 내가 그 입장일 때 똑 같은 결정을 할 것 같다면 더 이상 잡을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이때는 우선 아쉬운 마음을 적극 표현해주는 것이 좋다.  함께 지낸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 더 오래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 더 잘 챙겨주지 못한 아쉬움 등 퇴사자와 연을 맺었던 한 인간으로서 아쉬움을 표시하면 좋다.

만약 퇴사자의 입장이 되어도 퇴사의 사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허심탄회하게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준다.  단, 이 때는 꼰대스럽지 않도록 내 경험이나 내 생각을 강요하기 보다는 '내가 네 입장이라면" 표현을 이용한다.  마찬가지로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면 되는데 대신 "네가 이 것을 고려하지 않아서 아쉽다" 정도로 표현하면 된다. 

격려와 응원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는 부분인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헤어지는 경우 다시 만날 가능성이 무척 높다.  특히 동종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면 생각보다 자주 맞닥들이게 되는데 이때 서로 난처하거나 곤란한 상태로 만나게 되면 서로 좋을 것 없으니 좋은 관계로 이별하는 것이 좋다.

팀장은 퇴사자가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고 응원을 해준다.  퇴사자가 다른 곳에서 실력을 발휘해야 이전 회사에도 좋다.  그 회사 출신들이 일을 잘한다는 평을 듣게 된다.  그 팀에서 일했다고 소문이 나면 그 팀장도 함께 덩달아 좋은 팀장이 되는 것이다.

주변 사람이 모두 잘 되어야 나도 편하다.  잘 안 풀리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내가 잘될 때 드러내놓고 기뻐하기도 힘들다.  또 힘든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가끔 곤란한 부탁을 해오기도 한다.  따라서 괘씸한 퇴사자를 응원하기 힘들더라도, 나 혼자 잘 되는 것 보다는 주변 모두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하자.  어차피 이별하는 것, 넓은 세상에서 훨훨 날 수 있기를 바라자.


언리얼엔진 설치하기로 게임 개발에 발을 들여보자

아주 오래전 부터 게임 개발을 정말 하고 싶었는데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중에 배워야지 하고 사 모은 책만해도 여러권 된다.  게임 엔진 개발에서 부터 게임에 사용되는 물리학, 심지어 게임 AI 책도 있다.  하지만 단언컨데, 단 한 권도 읽지 못하고 책장에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일단 엔진부터 설치하고 보자라는 마음으로 설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다운로드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걸려서 기다리는 김에 생산적인 일이라도 하자고 생각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1. 언리얼엔진을 설치하기 위해 아래 사이트에 접속한다.

 2. 회원가입을 하거나, 로그인한다.


  3. 다운로드를 클릭한다.



 4. 라이센싱 옵션이 뜨는데 잘은 모르지만 게이밍 어쩌고가 퍼블리싱 라이선스라서 그거 선택



 5. 브라우저 하단에 인스톨러가 뜨는데 실행시킨다.  (권한 달라는 창이 뜰 수도 있음)



 6. 이것만 깔면 되겠지... 했는데 웬걸, 이건 런처이고 런처 실행 후에 작업 더 있음

 7. 런처 실행 후 로그인하고 "언리얼 엔진" 클릭하고 우상단 설치 버튼을 누른다.


 8. 지금 내 상태가 위 화면에서 5분이 지나가길래 멍 때리다 이 글을 적는 중

 9. 참고로 메뉴를 영어나 한글로 변환하려면 좌측의 "설정" 메뉴가면 됨



 10. 설정에 가면 언어선택 옵션 있음




난 이제...  아직 설치중이라 밥 부터 먹고 오겠습니다.









2022년 3월 29일 화요일

[독서] 지구 끝의 온실

자기계발서나 IT 서적들만 연초부터 주야장천 읽다가 마음을 촉촉히 적셔준 「불편한 편의점」 이후 소설을 연이어 읽기로 했다.  확실히 손 놓았던 책읽기를 다시 의욕있게 시작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기준으로 책을 골랐다.
  • 장르소설 이면서, (내가 좋아하는 추리 또는 SF)
  • 국내 작가의, (요즘 장르소설에서 국내 작가가 누구지? 호기심)
  • 해당 영역 베스트셀러, (그래도 재미는 검증되어야겠지)
  • 그리고 평단(?)의 평이 좋은 책 (나의 국내 장르소설 편견... 너무 수준이 낮으면 곤란)
이렇게해서 두 권의 책이 골라졌다.  우선 읽은 책은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

세상에, 내가 아무리 우리나라 작가의 SF 소설 읽기에 소홀이 했다고 치더라도 이정도 수준급의 작가가 있었던가?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된 소설이다.

머언 미래에 "더스트"가 지구를 뒤덮은 세상, 인류는 생존을 위해 돔을 만들어 돔 안에 모여서 사는 사람들과 조금의 내성을 가진데다 돔 안의 사람들에게 쫓겨서 돔 밖에서 사는 사람들로 나뉘어 있다.  그 시대를 거쳐 "더스트"를 대부분 없애고 다시 평소의 삶은 되찾은 인류가 "더스트" 시대에 있었던 한 마을의 이야기를 모스바나라는 식물을 중심으로 되짚어가는 이야기이다.

돔 안의 사람들과, 그 밖의 사람들.  그리고 더 이상 돔이 필요 없는 세상이 왔을 때 그 때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돔 안의 사람들을 용서하지 못하는 모습은 흡사 일제 강점기 시대에 시대의 조류에 맞춰 일본 편에 섰던 사람들이 떠올랐다면 너무 큰 비약일까?
그리고 등장하는 기계를 대표하는 안드로이드, 그리고 그 극에 서있지만 그 특성은 유사하게 묘사되는 식물들.  과연 지구는 우리가 지배하는가 식물이 지배하는가?  아니, 지배라는 말은 적절치 않겠구나.

생태계라는 것이 자연 그대로를 의미하는지, 인위적으로 훼손/조작된 자연도 생태계로 봐야 할지 등 여러가지 생각들을 복합적으로 들게 하는 작가의 역량이 놀라울 뿐이다.  그런 다양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 주면서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매끄러움도 놓치지 않느다.  거기에 과거 등장 인물과, 현재 등장인물이 갖는 인간적인 매력이 이야기에 힘을 불어 넣는다.  모든 등장 인물들이 생동감이 있고 나름의 정이 가는 인물들이다.

김초엽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고 있다.


[독서] 불편한 편의점

최근들어 너무 자기계발이나 IT 서적들만 읽다보니 도저히 진도도 안나가고 책 읽는게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즐거운 소설을 읽는 것!  온라인 서점에서 다음을 기준으로 책을 찾아봤다.

  • 최근 베스트셀러 중에서 (읽으면 재미있어야 하니까)
  • 국내 작가가 쓴 (쉽게 읽혀야 해서, 번역투는 머리 아프다)
  • 서평이 좋은 책 (마음을 촉촉히 적셔줄 감동있는 이야기인지 확인)

그러다보니 딱 눈에 띈 책이 바로 「불편한 편의점」이다.
그렇게 길지도 않고 적당한 분량에 한 번 읽기 시작해서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몰입감이 높은 소설이다.  여기다 내용을 요약할 것은 아니지만 아주 단순화 시켜서 설명해보면,

  • 한 아주머니가 지갑을 어디선가 잃어버린다.
  • 한 서울역 노숙자 남자가 그 지갑을 찾아 준다.
  • 인연이 되어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편의점에 노숙자가 야간 알바로 채용이 된다.
  •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만나는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노숙자는 자신 스스로를 찾는다.

이정도 스토리인데 작가가 스토리텔링을 너무 잘한다.  쉽게 읽히고 코로나로 힘든 현 시대를 반영하고 있고 등장하는 인물들도 대단히 현대적이다.  현대적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2022년이 지금인 요즘 시대를 살고 있는 인물들이다.  더욱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동네도 우리집에서 서울역으로 걸어서 가는길에 얼마 멀지 않은 동네라 그 풍경이 머리에 오롯이 떠올랐다.

시대와 상황이 한 개인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한 명의 소중한 인연과 신뢰가 어떻게 사람을 변모시키는지를 덤덤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주변에 등장하는 손님들, 동료 알바생들의 각자 다른 상황과 어려움, 이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다볼 수 있도록 해주는 소설속 장치들이 절묘하게 어울어져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목표했던 대로 다시 마음이 촉촉해졌다.  기왕에 읽기 시작한 소설을 조금 더 읽어야겠다.
 

2022년 2월 19일 토요일

[독서] 일의 격

평소 페이스북에서 팔로우 하는 신수정 박사님? 리더님? 대표님?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겠지만, 보안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나로서는 알 수 밖에 없는 분의 책이다.  (과거 SK인포섹의 대표이셨다.)  그분의 글은 페이스북에서 자주 접하는데 통찰력과 울림을 주는 글들이 많아 항상 관심있게 읽어보는 몇 안되는 나의 SNS 셀럽이다.

그분께서 그간의 글을 모아 책을 내셨다.  게다가 책의 제목도 「일의 격」.  멋지지 않은가?  예전에 즐겁게 읽었던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 같은 느낌도 나고 말이다.

거의 400페이지가 되는 이 책은 저자가 그간 SNS에 올렸던 글들을 거의 그대로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글들을 크게 세 가지 성장, 성공, 성숙으로 분류해서 배치가 되어 있다.  글마다 좋은 내용이 많아서 내가 직접 변화해야겠다고 느껴지는 글들도 있고, 동료나 후배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은 글들도 많았다.  그런 글이 있을 때 마다 책의 한 귀퉁이를 살짝 접어 놓았는데 책을 다 읽고 났더니 모서리가 제법 두툼해졌다.

몇 가지 내용을 발췌해보면,


"신입사원이 아니라 사원이고, 초급 임원이 아니라 임원이다.  초보 원장이 아니라 원장이다. 초보 대표가 아니라 대표이다.  신입이나 초보라는 이름하에 숨을 이유가 없다."


"그리 안 똑똑해도 엄청 똑똑하게 보이는 비결은?  - 질문에 대해서는 '결론만 짧고 명확히 먼저 말한다' 그리고 시간이 남거나 상대가 이유를 요청하면, 근거가 되는 이유 3가지를 첫째, 둘째, 셋째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만 하면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으로 보인다."


"이미 지고 들어가는 말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상사들과 일하는 방법"


이 외에도 많지만 모두 적어놓을 수는 없으니까 줄인다.

하지만 이 좋은 책에도 단점은 있는 법.  좋은 이야기들이 책으로 묶여 있어서 그런지 읽으면서 점점 피로감이 쌓인다.  아무리 피가되고 살이되는 좋은 말이더라도 그 말을 반복해서 들었을 때 주의력이 흩어지는 경험을 해본적이 있는가?  어머니의 잔소리, 명절에 만난 어르신의 덕담, 교장선생님 훈화 등.  처음에는 좋았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딱 그런 체험이었다.  숟가락으로 몸에 좋은 약을 계속 떠 먹여주는 느낌?

그리고 아무래도 SNS에 한 편으로 올라오던 글들이라 모아 놓으니 가끔 중복되거나 비슷한 이야기나 사례가 반복해서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나 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어버리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조금 씩 음미하면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하루에 2~5개 챕터씩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독서] 나는 짧게 일하고 길게 번다

일하지 않아도 수동적으로 돈이 굴러들어오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파이어족(FIRE -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경제적 자립, 빠른 은퇴)인 저자의 노하우를 전해준다고 해서 그 파이프라인이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결론, 불로소득에 가까운 여러 사업기회 유형에 대해서 제시하는 것 까지는 볼만 하지만 각론적으로 들어가면 우리나라 상황에 잘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읽고나면 내가 저자의 파이프라인에 당한 기분이 드는 책이다.

그래도 그런 형태의 소득의 분류 정도는 알면 좋으니 간단하게 요약해보자.


  • 로열티 소득 : 저작권, 인세 등
  • 투자 소득 : 주식, 채권 등
  • 코인 기계 : 자판기 등
  • 광고와 전자상거래 : SNS, 오픈마켓 등
  • 임대 소득 : 부동산, 월세 등 

이 내용 각각에 대해 저자가 설명을 하는데 아무래도 자신의 전공 분야에 조금 더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설명을 한다.  로열티 소득까지는 그래도 흥미 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는데 아마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라 그랬나보다.  책 출판에 있어서 출판사를 통해서 할지, 자가출판을 할지 등 장단점 비교도 있었고, 그림이나 음악 등에 대한 수익모델이 함께 제시되고 있어 흥미로웠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일반적인 내용이었고 그나마 흥미를 끌었던 것은 코인 기계에서 자판기 모델 정도였던 것 같다.

책의 나머지 영역은 자기 계발서적에 맞게 스스로 동기부여 하는 방법과 의지를 갖는 팁 정도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건 이미 자기계발서에 익숙하다면 별 다를 것이 없다.

덕분에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다 나쁘지는 않다.  이 책 덕분에 저자도 했다면 나도 왠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2022년 2월 8일 화요일

[독서] 프로젝트 헤일메리

"I'm Fuc*ed" 라고 시작하는 소설을 알고 있는가?  맞다, 영화로도 유명한 "마션"이다.  이 책은 마션의 저자 앤디 위어의 작품이다.  "마션" 이후에 "아르테미스"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내가 믿고 읽는 SF 작가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자연스럽게 장바구니에 담았었다.

앤디 위어는 문장을 가볍고 통통 튀게 쓴다.  책에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도 별로 깊은 생각을 거치지 않고 내뱉는 말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렇게 보이는 대화 안에는 나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깊은 과학적 지식과 계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구의 운명을 떠안은채 수십광년 떨어진 별들로 여행을 떠나온 주인공.  기억을 잃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만을 기억하고 임무에 집중하면서, 또 천천히 기억나는 지구에서의 기억 파편들이 흥미를 돋군다.  거기에 상상해보면 있을 법한 미생물과 그들이 전 우주적으로 진화해나가는 과정에 대해 아주 세밀한 과학적 분석을 제시하고 있어 읽다보면 정말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뭐 SF 소설이기 때문에 가지는 재미는 마음 껏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소설이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언급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우리는 외계 생명체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대응을 하게 될까?  영화에서는 무작정 공격해오는 부류, 우리와 동등한 입장에서 소통을 하려는 부류, 그것도 아니면 우리를 챙기고 보호하려는 부류 등으로 나오는데 이 소설에서는 인류를 넘어 생명류 간의 우정을 정말 잘 묘사하고 있어 이 부분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결론.  우주에 혼자 낙오 되려거든 상식과 과학적 지식이 엄청나게 넓고 깊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2022년 2월 3일 목요일

[독서] 팀장으로 산다는 건

 팀장 3년차,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프로젝트 일환으로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정말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래 내용 더 읽을 필요 없이, 만약 우리나라에서 막 팀장이 되신 분이라면 지금 바로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이 책은 다른 여느 리더십이나 팀장되기 책들과 다르다.  다른 책들은 팀원들 관리하기, 안전한 조직 만들기, 코칭하기, 멘토링하기, 비전/미션 수립하기 등등 다양한 방법과 기법에 집중하고 있다면, 이 책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례들을 바탕으로 넌지시 건네는 위로와 조언의 말들이다.

이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이 우리나라 많은 다른 팀장들도 고민을 했다는 사실에 위안이 된다. 

크게 3개 파트로 구성이 되어 있다.

 - Part 1 처음 팀장이 된다는 건

 - Part 2 팀장으로 일한다는 건

 - Part 3 팀장을 살아낸다는 건

파트 1에서는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의 암담함과 두려움, 그리고 뭔지 모를 불안함까지.  그 감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고, 파트 2에서는 실제 팀장으로 2년이 흐르면서 느꼈던 고단함과 고민이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파트 3에서는 이런 삶을 살아내고 있는 팀장들에게 더 긴 인생 관점에서 조언을 해주면서 마무리가 된다.

앞서 우리나라에서 막 팀장이 되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한다고 얘기했는데, 그 이유를 간략하게 설명 해본다.

우선 "우리나라" 맞춤형이다.  내용을 보면 팀장은 임원과 직원들 중간에 낀 관리자 역할을 설명해주고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사례들이 정말 딱 우리나라 사례들이다.  내가 만났던 임원들과 가끔 만나는 또라이 같은 상사들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하지만 회사내 역학관계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상황 자체가 그냥 피부로 느껴진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해결책도 딱히 없기 때문에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인 조직을 옮기거나, 퇴사하거나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흘려 들으면서 감내하거나 하라는게 조언이다.  맞지 않은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 책은 여타 다른 자기계발서와 궤를 달리한다.  코칭, 조직관리, 비전/미션 세우기 등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건 다른 책과 자료를 찾아보라.  이 책은 팀장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에세이 모음집에 더 가깝다.  읽고나면 희한하게 위로가 되는 책이다.

지금 다시 책 표지를 보니, 실제 목적이 그런데 있는 책이다.  


"공감과 위로 그리고 인사이트"

2022년 1월 30일 일요일

[독서] 요즘 팀장은 이렇게 일합니다 - 백종화

팀장 3년차,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요즘 리더십 관련된 책들을 다시 읽고있다.  이 책도 그 일환으로 읽기 시작했다.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그냥 팀장도 아닌 "요즘팀장"이란다.  그래서 뭔가 과거의 권위적인 팀장과 선긋고 요즘의 리더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겠구나 기대하고 읽었다.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이기 때문에 팀장들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 갖춰야 하는 조건과 고민해야 할 것, 그리고 몇가지 스킬을 알려준다.  대부분 다른 책이나 기사 등에서 많이 나오는 심리적 안전감, 코칭, 피드백 등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어 요즘 나오는 다양한 기법에 대해 알고 싶으면 이 책 한권만 우선 봐도 훑을 수 있을 것 같다.

장황하게 책 전체 내용을 설명하기 보다는 내가 기억에 남는 것만 남겨본다.

리더십 스킬에 대해 팀원들의 연차나 성향, 그리고 주어진 환경에 따라 활용해야 하는 다른 기법을 설명한다.  여기에는 코칭, 카운슬링, 멘토링, 컨설팅 그리고 티칭이 포함된다.  리더십 교육에서는 항상 코칭을 강조하고 코칭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신입사원 등 필요한 시점에는 티칭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저기 코칭을 다 적용해보려고 노력하다 일부 인원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있던 터였는데 나에게는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줬다.

그리고 이런 책의 한계라고 할까?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례로 나오는 팀원들과 대화하는 것은 어느 책에서 봐도 낮뜨겁고 너무 이상적인 대화만 나오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화와 상상도 못해본 답변이 나오는데 여기까지 고려한 책을 아직까지는 보지 못했다.  이렇게 쓰면서도 이해는 된다.  이는 결국 경험의 영역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대화 사례들은 최소화 한 것 같다.  나오더라도 팀장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질문이나 피드백 예시 문구 정도만 나와서 크게 이질감이 없었다.



[독서] 일을 잘한다는 것

후배들의 커리어 관련 질문을 받아 답변을 준비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글 참조 link)

질문중 하나가 일을 잘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해줘야 할까?  물론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데 너무 꼰대스럽지 않을까 경계가 됐다.  예전에 감명깊게 읽었던 다나카 고이치의 「일의 즐거움」이라는 책 내용을 발췌해서 공유를 해줄까?  아니, 오히려 더욱 꼰대 같다.

그래서 이럴 때 내가 자주 애용하는 해결책인 그 분야 책을 찾아서 더 읽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여러 책들 중 눈에 띈 「일을 잘한다는 것」을 골랐다.  제목부터 이미 후배들의 질문이었던 "일을 잘하는 방법"과 일치하지 않는가?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은 안타깝게도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을 잘한다는 것 자체가 과연 무엇일까하는, How 보다는 What을 추구하는 책이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라기보다는 철학서에 가깝다.  그래서 저자가 누구인지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저자 소개에서는 "철학과 예술에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는... 전략 컨설턴트"라고하고 전공도 철학이다.  그리고 또 한명은 경영전략 (우리가 흔히 MBA라고 하는) 쪽 전문가이다.

이 두 사람이 대담 형식으로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형태로 쓰여졌다.  크게 네개 파트로 구성이 되어 있다.

 - Part 1 격차를 만드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 Part 2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 Part 3 일을 잘하는 사람의 생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 Part 4 일을 잘하는 감각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일을 잘한다는 것은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너무나 다른 정의이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하고 추상화해서 공통적인 특성을 뽑아내려고 노력했다.

그 중 책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Part 3의 마지막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생각의 방식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저자들은 "인사이드 아웃"과 "아웃사이드 인" 방식의 사람들이 있다고 봤다.

[아웃사이드 인]

 - 외부 정보에서 답을 찾는다

 - 업무 지시를 성실히 따른다

 - 계획이 완성되어야 실행한다

[인사이드 아웃]

 - 자신의 논리에서 답을 찾는다

 - 자신이 세운 목표를 따른다

 - 우선 실행하고 계획을 수정한다


최근에 읽었던 「리더 디퍼런트」의 저자인 사이먼 시넥의 유명한 TED 강의인 "위대한 리더들이 행동을 이끌어내는 방법"과도 일맥상통한다.  (안보신 분들은 한 번 보시는 것 추천)

What, How, Why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Why이며 내 스스로가 그 Why를 찾아서 나의 일과 연관을 시키고 일을 해야한다는 관점이다.

이 책도 결국은 스스로 의미를 찾는 사람이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결국 수많은 경험의 시간이 축적되어 감각을 높여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조금 삐뚫어진 시선으로 보면, 일본에서 말하는 "장인정신"을 기업에 적용하고 일하는데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식상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둘러 말하고 있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뭐 장인정신이라는 것이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일 머리"가 있는 사람들의 특징을 조금 더 구체화 시키고 그 요소들을 식별해준다.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일을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는 추상적인 내용을 가능한 실체가 있는 무엇으로 그려내고 있으나 그 실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는 더 깊이 나아가지 못한다.

그래도 자기계발서 보다는 철학을 좋아하는 분들은 그런 관점에서 읽어보면 흥미로운 책이다.


[독서] 리더 디퍼런트 - 사이먼 시넥

 회사에서 팀장이 된지 올해로 3년차, 처음 팀장이 되기 전에는 불안한 마음에 팀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여러 책들을 읽었었다.  하지만 그 초심도 만 2년이 넘어가며 흐지부지 되고 처리하는 일에 급급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올해를 기점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에 리더십과 관련된 책들을 읽기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TED의 유명 강의로 알려진 사이먼 시넥의 『리더 디퍼런트』를 읽었다.

이 책은 2014년에 쓰여진 책인데 우리나라에는 2021년에 번역된 것으로 나와 놀랐지만, 조금 더 살펴보니 이미 2014년에 『리너는 마지막에 먹는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을 다시 개정하여 펴낸 것이다.

2014년에 첫 발간 되었을 무렵에는 아마 새로운 이야기였겠지만, 지금은 이미 리더십이나 팀을 운영하는 방식,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에서 직원들에게 "안전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사실을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시작부터 차근차근 풀어내며 결국 기업의 조직도 인간관계라는, 아니 인류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상호 호혜적인 관계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특히 책의 전반부를 장식하는 사람의 생화학 작용, 호르몬에 의한 진화 과정을 설명하며 인간은 왜 함께 서로를 도움으로서 지구상의 지배적 생명체가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이렇게 학습된 인간이기 때문에 직장에서도 개인이 안전함을 느끼는 것 만으로도 소속감이 증가하고 개인의 역량도 한 껏 펼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기업과 리더는 이러한 안전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이를 통해서 팀원들의 소속감도 높이고 더 생산성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작금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인해 무한 경쟁을 강요받는 환경에서 오히려 우리는 조직 내에서 만큼은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외부 위협에 집중하고 내부에서의 경쟁과 위협은 최소화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를 다양한 사례를 이용하여 설명해준다.

사이먼 시넥이 말하는 리더십 레슨은 크게 5가지인데, 다음과 같다.

 1. 기업문화가 제일 중요하다.

 2. 기업 문화는 리더가 결정한다.

 3. 무조건 솔직하게 행동하라.

 4. 가까워지는게 먼저다.

 5. 숫자를 경영하지 말고 사람을 이끌어라.

요즘 나오는 리더십 책들을 보면 사이먼 시넥이 이야기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책이 많아진 것을 보면 2014년에 이미 이런 주장을 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물론 내가 그 분야 전문가는 아니여서 언제부터 이러한 주장들이 등장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리더십과 관련된 책이지만, 의외로 인간의 호르몬 작용과 같은 과학적인 내용과 대공황 이후의 베이붐 세대의 등장에 따른 경제여파, 그리고 최근 기업경영 트렌드까지 다루고 있어 다양한 측면에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제공한다.


2022년 1월 2일 일요일

나는 정말 왜 일을 하고 있을까?

최근에 후배들에게 커리어 관련하여 무엇이든 질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대부분의 후배들은 부담스러웠는지 전혀 반응이 없었지만 이미 나를 잘 알고 있는 몇몇은 장문의 메일로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 질문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 할 수 있었다.

① 일 잘하는 방법 (일을 통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방법)

② 성장하는 방법

③ 사회생활을 잘 하는 방법


답을 하려고 고민을 해보니 사실 정답이 있는 질문들이 아니여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쥐어 짜낼 수 있는 조언 정도가 전부인 것 같았다.  그것도 소위 "꼰대"로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히 답을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고민을 하다보니 문득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왜 일을 하고 있을까?  아니, 과연 나는 왜 일을 하고 있을까?  내가 일을 하는 이유가 있어야, 그 일을 잘하고, 그 일을 통해 성장하고, 성장하면서 겪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해쳐나갈 수 있을테다.  그런 목적 없이는 이 모든 작업들은 하나하나 모두 스트레스 요인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래서, 다시 스스로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는 과연 왜 일을 하는가?

물론 사람마다 일하는 이유는 다를텐데,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내가" 왜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 정리해보고 싶었다.


우선 당연하게도 먹고살기 위해서가 가장 큰 목적이 될 것 같다.  사회 초년생일 때 취직을 하고 첫 월급을 받았을 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혼자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엄청난 성취감이 있었다.  첫 월급을 받아 부모님 선물을 사드리고 뿌듯해 하는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나 역시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받은 월급을 쪼개 적금을 들고, 통장에 돈이 적게나마 쌓여가는 것을 보는 기쁨은 대단했다.

그런데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내가 직장을 얻은 이유이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는 이유가 아니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서 그런지 월급은 몇 달만 받다 보면 당연시 되기 때문에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을 더 잘하고 더 인정을 받고 더 높은 목표를 스스로 세워서 정진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던 것 같다.

과연 나는 왜 그랬을까? 

일단은 재미있었다.  나에게 주어지는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첫 직장에서 내가 맡았던 역할은 개발자였기 때문에 주 업무가 프로그래밍이었다.  컴파일이 안되거나, 로직상 오류가 발생하는 것을 몇날 몇일을 밤을 새워가며 해결했을 때의 그 희열이란!  당시에는 내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데서 보람을 느꼈고, 그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을 선배에게 인정을 받는 것에서 기쁨을 느꼈던 것 같다.

물론 이런 재미는 그 일이 내 성향과 어느정도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그랬을터이다.

그리고 어느정도 경력이 쌓여가면서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줘서 그들이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도와줄 때 또 다른 형태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는 내 목표가 회사에서 "보안" 하면 무조건 내 이름이 생각나도록 하자였다.  그래서 전사 게시판에 보안과 관련된 질문이 올라오면, 설사 내가 잘 모르는 분야더라도 따로 공부를 해서 답변을 달아주고는 했다.  그러다보니 계속 공부를 하게 되는 선순환도 생겼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마도 나는 "존중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일을 해온게 아닌가 싶다.  이는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이론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인간의 욕구가 그 중요도별로 일련의 단계를 형성한다는 이론이다.  즉,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소속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 욕구의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앞 단계가 충족이 되면 그 다음 단계로 욕구가 전이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나는 취직을 통해 기본적인 급여를 받으면서 생리적, 안전의 욕구는 충족이 되었고, 문제해결과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통해 애정·소속 욕구와 함께 아주 기초적인 존중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태까지는 더 발전하지 못하고, 이 존중의 욕구를 계속 충족시키기 위해 마치 애정결핍에 걸린 사람처럼 끊임없이 일에 매진을 해온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아직 나는 나의 자아실현의 욕구 자체를 강하게 느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이론이 모든 사람들에게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일단 나에게 있어 자아실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깊이있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지금 드는 생각은, IT인력의 끊임없는 연봉상승을 위한 작금의 이직 현상은 나와 비슷하게 인정을 받기 위한, 존중을 받기 위한 움직임인 것 같다.  자본주의, 아니 신자유주의 세상에서는 당연히 나의 가치는 나의 연봉과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연봉은 회사와 사회가 나를 더 많이 존중해주는 것이므로.


결론.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애정결핍에 걸린 사람처럼 계속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해왔다는 사실을 이 글을 적으면서 깨달았다.  그렇다고 전혀 후회가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나 스스로 나를 존중할 수 있으니까.  (아니 잠깐, 혹시 이게 자아실현인건가?  이건 더 심사숙고 해봐야겠다.)


오늘 깨달은 이 사실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쓸 편지를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