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7일 토요일

사물인터넷 디스토피아 (IoT Dystopia)

이글은 얼마전 읽었던 "사물인터넷" 이라는 책의 앞머리에 2035년 미래를 묘사하는 글을 읽다가 문득 떠올라 적은 글이다.  책의 내용을 부정하는 내용은 아니며, 책이 매우 낙관적인 미래상을 그리고 있는 반해, 나는 제목 처럼 비관적인 해석을 해보려고 한다.


2035년 어느날...

   A씨는 업무를 마치고 돌아와 손등에 이식한 칩으로 인증 후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섰다.  A씨가 돌아왔다는 것을 인식한 집안의 기기들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먼지를 치우던 청소기는 재충전을 위해 거실을 가로지르고 있었으며, 보안시스템은 A씨가 구두를 벗고 있는 모습에서 얼굴을 인식하여 경보장치를 해재했다.
   부엌이 갑자기 바빠졌다.  A씨의 손목시계에서 일정을 읽어온 "집"은 오늘 저녁식사 약속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식사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냉장고는 현재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요리를 추천하여 "집"에게 알렸다.
   A씨는 "집"이 제시하는 선택지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으면 첫 번째를 기본으로 수행하도록 해놓았기 때문에, 욕실로 들어간 A씨의 대답이 없자 이내 A씨가 평소에 가볍게 맥주와 함께 먹는 안주를 준비하기로 한다.  냉장고는 안주거리를 제공하고, 재료가 떨어졌음을 인지하여 인터넷을 통해 재료를 자동으로 주문예약을 걸어 놓는다.
   한편, 화장실로 들어간 A씨는 바닥에 쓰러져 있다.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고 다른 한손으로는 욕조를 잡고 몸을 일으켜 세우려 애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A씨의 신체리듬을 감지하는 센서가 이상을 탐지하고 자동으로 긴급호출을 119로 전송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은 센서는 아무런 동작을 하지 않고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던 A씨의 심장에 이식된 인공장기는 동작을 멈추고 A씨는 자신의 화장실에서 쓰러져가고 있다.

"긴급 속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거실의 TV가 자동으로 켜지며 주의를 환기한다.  정부에서의 긴급 성명이나, 필요한 속보가 있을 경우 TV는 스스로를 켜며 주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려 노력한다.  사실 이렇게 된 이상 주인은 더이상 사람이 아닌 TV가 된지 오래다.

"특정 회사의 인공장기 기능을 손상시키는 악성 바이러스가 출몰해서 주의가 요망됩니다." 아나운서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해당 바이러스는 인공장기의 기능을 마비시킬 뿐만 아니라, 마비시킨 후 주변기기에게는 정상 신호를 전달하고 있어 더욱 심각합니다.  인공장기 개발 회사는 긴급하게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있으니 해당 회사의 장기를 이식하신 분들은 바로 온라인 기능을 끄시고 가까운 병원으로 내방하시기 바랍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거실에 흘러나오고 있을 때, A씨는 마지막 숨을 몰아 쉬었다.

"두 번째 소식입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랜섬웨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습니다.  랜섬웨어는 옛날에는 사용자의 특정 파일 등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한 후 비용을 지급하면 풀어주는 악성코드였는데, 최근에는 홈 네트워크를 감염시켜 말 그대로 집 주인을 집안에 가두고 인질금을 이체를 받은 후 풀어주는 악성코드입니다.  집 주인도 자신의 집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악성코드.  OOO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결국 A씨의 시신은 A씨의 계좌에서 아파트 관리비 및 각종 공과금이 모두 빠져 나간 9개월 후에 집주인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동안 A씨의 블로그 등의 SNS에는 A씨의 근황이 계속 올라오고 있어 주변 지인들은 그의 죽음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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