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 집에서 뒹굴거리며 할 일은 찾다가 집에 굴러다니는 DVD를 발견하고 보기로 결정했다. 뭐랄까, 빅피쉬 이 영화는 이미 두세번은 본 영화인데 영화를 본 기억이 좋다고 해야 하나? 옛 추억의 파편들에서 환상적인 장면 하나하나가 기억에 아로새겨져 있는 작품이다. 샴 쌍둥이를 비롯하여, 거인이 비틀어진 집을 바로 일으켜 세워주는 장면, 맨발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는 마을 입구에 걸려 있는 신발들, 그리고 강에 있는 거대한 물고기 같은 이미지들이 내 기억과 뒤섞여 추억으로 존재하는 듯 하다.
그러다 보니 아주 가끔씩 문득문득 이 영화를 다시 찾아 보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많다. 아마 그래서 나도 DVD로 사놓았나보다. 다시 보다보니, 예전에는 몰랐던 장면들이 새롭게 눈에 띄여서 공유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중국인 쌍둥이 자매 핑과 징(Ping and Jing)이 나온다. 아버지의 허무맹랑한 이야기 속에서는 샴 쌍둥이로 나오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샴이 아닌, 그냥 쌍둥이 자매로 등장한다.
Ping and Jing
여튼, 아버지가 젊을 적 낙하산을 타고 중국으로 보이는 나라로 들어가 극비 문서를 가지고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자매와 함께 미국으로 탈출하는 스토리가 있는데 지금 봤더니 그게 중국이 아니고 북한 인 것 같다.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낙하산이 떨어진 곳은 중국이고 중국 관객들에 공연도 중국 자매가 하고 있었는데 주인공이 처들어간 천막은 북한 천막이었다고 하는게 정확하겠다.
뒤에 북한 국기가 보이는가?
정말 "극비" 문서가 맞는게, 우리나라 말로 분명하게 "극비" 라고 써 있다. "수령자의 비밀" 이라고 불리우는 문서인데 "상가등 은행 차압매물 전문" 이라고 한다. 아, 북한 수령자의 재산 현황이 극비 문서로 관리가 되나 보다.
북한 극비 문서
전혀 예상치 못하다가 뜬금 없는 우리말 등장에 놀라서 자세히 보게 됐었는데 왜 극장에서 봤을 때는 잘 기억을 못했을까? 아마 그 때도 영화는 같은 영화였을텐데 말이다.
이렇게 영화를 반복해서 보다보면, 이런 것 뿐만 아니라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할 때가 간혹가다 존재한다.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된다던지, 알아듣지 못했던 대사를 알아듣게 된다던지, 그때는 몰랐던 배경지식을 알고 보게 되면 배역들이나 상황이 새로운 관점으로 들여다 보여지게 된다. 이런 새로운 발견을 참 좋아해서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게 되는데, 이러다 보니 한정된 시간에 볼 수 있는 영화가 막상 많지 않아서 아쉬울 뿐이다.
빅피쉬, 못 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보았으면한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속에 담긴 진실을 찾아가는 내용이 새로운 형태의 판타지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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