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20일 수요일

급여 인상 면담과 사측 vs 직원

팀장의 업무중에 하나가 팀원 케어다.  

(요즘은 별거 아닌 단어도 영어로 쓰이다 보니 "케어(Care)"가 돌봄, 보살핌이라는 뜻인데 직역하자면 팀원 돌봄인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쓰면 느낌이 팀원을 어린이 취급하는 것 같아 굳이 케어라는 단어로 사용하는 것 같다.)

우리회사는 매년 4월에 연봉 협상(이라고 쓰고 통보라 읽는다)과 그에 따른 급여인상이 이루어진다.  대체로 역량에 따라 차등으로 급여 인상 폭이 정해지고 팀원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그리고 현재 급여의 수준에 따라 인상 비율이 정해진다.  인사 조직에서 이렇게 비율이 정해지면, 팀장들을 대상으로 공유를 해주고, 팀장들은 공유받은 기준을 바탕으로 팀원들에게 전달을 해야한다.

"회사는 당신의 노력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노력으로 회사는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고, 성장한 만큼 보상을 위해 귀하의 역량에 따라 00% 만큼의 급여 인상을 해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고생 많으셨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대충 이정도의 의미로 팀원들과 의사소통을 해달라는 안내가 내려오고, 팀장들은 충실히 그 안내에 따라 팀원들 개개인과 면담을 진행한다.  위 글에서 느꼈다시피 팀장은 회사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야하고, 혹시라도 팀원의 불만에 대해서는 회사의 정책과 노력 그리고 한계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어 팀원을 납득시키는 역할도 수행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렇게 면담을 진행하다보면 중간에 나 스스로 퍼뜩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직원인가 회사인가?'  물론 팀장은 회사와 팀원 중간에서 회사의 방향에 맞게 팀원들을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런 느낌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팀장이기 이전에 팀원이었기 때문에 회사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지금의 느낌이 아직 익숙치 않다.  이런 회사측 대리인이 된 느낌은 팀장을 오래하게 되면 익숙해지기 마련일까?

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회사도 아니고 팀원도 아닌 그 어중간한 입장이 나는 더 좋다.  그래야 나도 팀원들과 함께 부대끼며 함께 일하고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팀원들의 나이대에 따라 급여인상 안내에 대한 반응이 제각각이다.

 - 40대 이상 고참 : "아~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고생 많으시네요~ 회식은 언제?"
 - 30대 중후반 : "감사합니다. 혹시 공지된 평균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OO 때문인가요?"
 - 30대 이하 사원/선임 : "넵!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참들은 그러려니, 내가 직접 연락을 해서 알려준다는 사실을 놀라워했다.  중간 층은 본인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급여 수준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민감해했고 회사의 기준을 세세한 것 까지 질문을 쏟아내서 곤혹스러웠다.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안되는 사원/선임 들은 무조건 열심히 하겠단다.


아직 이야기 하기 곤란한 팀원들도 있었는데, 성과가 낮아 급여인상에 제한이 있는 사람들이다.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정해져 내려온 것이긴 하지만 이런 곤란한 말을 직접 전해야 하는 상황은 당장에라도 팀장 자리를 때려치고 싶게 만든다.  이럴 때,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평상시에 스트레스와는 거리가 멀었기에 이런 스트레스는 팀장이 되고 난 뒤에야 새롭게 발견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라는 표현 자체를 잘 이해 못했었는데 팀장이 되고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일년에 두 번씩 받는다.  일년에 두 번, 상반기/하반기 평가 시 상대평가로 인해 가장 낮은 등급을 받는 팀원들을 면담할 때 받는다.  이 스트레스는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냥 팀장의 원죄라고 받아들이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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