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7일 수요일

[독서] 산둥 수용소, 결론은 예상치 못했다

산둥 수용소를 읽고...


몇년 전 읽었던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비슷한 유형의 책일꺼라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집어서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사실 이렇게 주인공의 고생이 뻔히 보이는 책들은 가능하면 읽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아내가 그렇게 힘든 내용은 없다고 미리 언질을 해줘서 읽기 시작했다.

랭던 길키 저/이선숙 역
새물결플러스 | 2014년 08월


인간군상에 대한 이야기

아내가 안심 시켜준바와 같이, "죽음의 수용소"에서 처럼 독일 나치 치하의 유대인이 겪었던 극심한 공포와 어려움 보다는 한곳에 약 2천여명을 모아놓고 자급자족(?)을 하며 생활하며 겪은 인간군상에 대한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주인공이 수용소에서 지내며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은 흥미롭다.  특히 어쩔 수 없이 한곳에 강제로 모여서 생활하게 되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으면 인간은 본연적으로 악하다는 '성악설'에 마음이 기울기도 한다.  아주 가끔 타인을 위하는 이타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책 전반적으로는 인간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그리고 한없이 이기적인 존재인지를 여실히 드러내준다.

특히, 미국인의 입장에서 서양인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몰라도 그들의 시선과 행동들은 과연 동양인들이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면 어떻게 다를까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게 만들었다.  책에 묘사되는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나 포로가 되어 수용소에 갇혀서도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직 책임자를 선정하는 정치적인 일이었으며, 수용소 생활 중 틈틈히 수용소 바깥의 애인들을 걱정하며 자유연애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삶에서 사랑은 가장 중요한 가치임에 분명하다" - page 105
정당하고 당연한 듯한 이 말은 전혀 엉뚱하게도 수용소 바깥의 애인들을 걱정하며 '비도덕적인' 성관계를 가지며 저자가 구차하게 변명하는 것으로 들린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내용 중 흥미를 끌었던 또 다른 짧은 이야기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와 관련된 내용이다.  요즘 조현아 사건 등 하도 甲, 乙 관계로 시끌시끌 해서인지 나도 모르게 기억에 남게되는 내용이었다.

"고생해지기를 원했던 두 러시아 여성은 화장실 청소를 하기에는 너무 자부심이 강하고 불안정했던 반명에, 영국의 지체 높은 부인들은 같은 일을 거부하기에는 너무 자부심이 강하고 안정적이었다." - page 137
상류계급의 영국인과 미국인 남편을 둔 가난한 집안 출신의 러시아 여성들은 화장실 청소라는 지저분한 행위는 자신의 계급과는 맞지 않는 다는 생각에 수행하기를 거부하고 다른 이를 대신 고용해서 일을 시키게 된다.  하지만 똑같은 일을 두고, 실제로 상류층의 영국 부인들은 모두가 하기로 한 일에 자신들이 못하겠다고 차마 하지 못한다.  저자는 이러한 차이를 "불안정"과 "안정"으로 비교한다.

즉,  러시아 여성들은 자신의 계급이 상승한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하는 일을 통해 자신이 다시 다른 계급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불안정감이 원인이라고 저자는 생각했다.  반면에 영국 부인들의 경우 그 어떤 상황에 닥치더라도 자신의 계급이 변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마음의 안정감이 화장실 청소라는 일도 마다하지 않게 만든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아쉬운 마지막 章

이 책은 딱 마지막 장(章) 직전까지만 흥미롭다.  아, 물론 종교적인 배경이 있고 이러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에서 하느님을 통해서만 인간을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의 경우 비록 종교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정말이지 책 마지막이 이렇게 마무리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지막 장 직전 까지는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다만, 종교적이지 않으며 종교 들이댐을 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다면 과감히 마지막 장에서 덮어버려도 상관 없다.

나의 이 책에 대한 지극이 개인적이고도 편향적인 별점은 ★★★ !
마지막 장만 아니였어도 조금 더 후하게 줄 수 있었을 것 같다.


더 읽어보기

마지막으로, 이 책도 좋지만 아래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좋은 책이다.  비슷한 유형의 책이지만, 랭던 길키에 비하면 빅터 프랭클은 정말 죽음 직전에서 살아남은 자라고 할만 하다.
(참고로 산둥 수용소 주인공이 죽음의 문턱에 가장 가까이 갔을 때는, 전쟁 승리 후 수용소에서 나와서 아군의 군수용품 낙하 박스가 6미터 오차로 떨어졌을 때이다.)


빅터 프랭클 저/이시형 역
청아출판사 | 2005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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