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을 읽으면 항상 다시 고향에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든다. 익숙하고 편안하다.
주인공은 우리의 회색 뇌세포 타령의 에르퀼 푸아로! (이 역시 마찬가지로 어릴 때 부터 포와로 라고 읽어 왔기 때문에 푸아로도 어색하다!!)
"빅포 (The Big Four)" 라는 제목의 책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코난 도일의 "네 사람의 서명 (The Sign of Four)"이 떠올랐다. 사실 셜록 홈즈의 해당 내용은 두 번 정도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지금은 비교하기 어렵다. 바로 연달아 읽어보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다음 책은 고민할 필요가 없겠군.
거만한 벨기에인 푸아로가 고전하다
책은 여느 크리스티의 작품과 같이 쉽게 쉽게 읽힌다. 주인공들은 이번에는 말보다는 행동을 더 많이 보여주며 주인공인 푸아로의 회색 뇌세포도 쉴새없이 돌아간다. 예전부터 푸아로를 볼 때 느낀거지만, 이렇게 독특한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크리스티 여사님은 이 으스대기 좋아하는 거만한 벨기에인을 사랑스럽게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몬 아미, 그자는 에르퀼 푸아로의 작은 회색 뇌세포를 간과했어."이번 이야기에서는 이런 푸아로도 고전한다. 이야기 중반 이후 까지도 정체를 알 수 없는 4명의 큰 위험인물들에게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목숨이 위태롭게 되기도 한다. 물론 계속 그의 그 회색 뇌세포를 움직여(?) 하나 하나 정체를 밝혀나가기는 하지만 밝히는 데 그칠 뿐, 덜미를 잡을 수 없다.
푸아로에겐 장점이 여럿 있었지만, 겸손만큼은 해당사항이 없었다. - page 155
그러면서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로 흘러간다. 내가 "커튼" 이라는 크리스티 여사님의 또 다른 작품을 읽지 않았었다면 이 이야기가 푸아로의 마지막 여정이라고 생각할 뻔 할 정도로 푸아로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아쉬운 블록버스터급 결말
실제로 나는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 몇 페이지만 남겨 놓고 "도대체 어떻게 끝을 내려고 하는거지?" 라는 걱정을 하기 시작 할 정도였다. 두둥, 결국 나의 걱정은 정말 현실이 되어 조금은 허무한 듯하게 급하게 마무리된다. 마지막 장면은 뭔가 스케일이 점점 커지고 있는 중이어서 더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 더 찾아봐야겠지만 혹시 연재하다가 마감에 쫓겼나 싶을 정도?
마무리를 차치하고서는 읽는 내내 즐겁게 이야기에 흠뻑 젖어들 수 있었다. 곳곳에 보이는 적절한 유머 코드도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바로 그때, 비록 내 목숨을 기꺼이 바치겠다고는 했지만 이 문제에 관한 한 적어도 나와 논의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 page 255
나의 이 책에 대한 지극이 개인적이고도 편향적인 별점은 ★★★☆
별은 적어도 읽는 동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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