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글에서도 썼지만 우리나라 SF 소설의 수준이 내가 모르는 사이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것 같다. 이번 책 「천 개의 파랑」도 마찬가지다. 읽고 나서 책을 덮으면서 느끼는 여운이 상당히 오래 갔다. 2주 전에 읽고 지금에서야 글을 쓰는 것임에도 당시의 여운과 감정이 고스란이 살아나고 있다.
브로콜리, 줄여서 콜리. 이 로봇은 어쩌다가 인공지능을 갖게 되었다. 우리 모두도 어쩌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처럼. 그리고 콜리는 경주마와 함께 지내면서 산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나름대로의 답을 찾는다. 그 와중에 경마장을 중심으로 주인공과 그 가족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은 외롭다. 아니, 외로운지도 모르는 상태다. 그냥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내고 있는 아이. 엄마와 언니도 각자 그들의 물리적, 내적 공간에 따로 삶을 각자 살아내고 있다. 이렇게 파편화된 가족에 콜리가 어느덧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왜? 사는건 뭔가요? 왜?
콜리, 경주마를 중심으로 파편화된 한 가족이 다시 서로를 발견하고 한 가족으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이다. 내용만 놓고 보면 이게 왜 SF 작품이지 싶지만 콜리는 로봇이다. 그리고 인간이 아닌 무엇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이 작품은 완전한 SF가 된다.
「앨저넌에게 꽃을」 작품이 생각난다. SF는 최소한의 장치로 존재하고 나머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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