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팀장 역할을 맡은지 만 2년을 막 넘겼기 때문에 책에서 읽었던 팀장이 경험하게 되는 많은 일들을 모두 다 겪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3년이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팀원 5명을 내보내면서 우리회사에서도 평균을 웃도는 퇴사자를 경험했다.
우리 팀원들은 퇴사하면서 팀장인 나와 크게 다투거나 마음이 상한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퇴사나 이직을 하는 과정에서 직장 상사와 마찰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본다. 심한 경우에는 갈등이 극단까지 치달아 다시는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서로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그리고 내가 퇴사자들을 겪으며 퇴사 후에도 서로 절친까지는 아니어도 우연히 길에서 만나면 반갑고 환하게 인사할 수 있는 사이로 헤어지는 방법에 대해서 역지사지의 방법으로 기록해본다. 이번에는 팀장 입장에서 우선 이야기해보자.
첫 반응
우선 팀장 입장에서 퇴사자가 발생하면 대단히 곤혹스럽다. 처음 팀장의 머리에 스치는 생각은 '퇴사자의 현재 업무는 어떻게 하지?' 일 가능성이 높다. 퇴사하는 입장에서는 서운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팀장이라는 업무의 특성 상 어쩔 수 없이 퇴사자로 인해 생기는 공백 때문에 남아있는 다른 팀원들 걱정이 된다.
따라서 우선 팀장은 퇴사자가 퇴사 의사를 밝혔을 때 가능하면 즉답을 피하고 "그럼 OO 일은 어쩌고?", "OO 프로젝트는 마치고?" 등의 말로 굳이 그 시점에 중요하지 않은 말을 먼저 내뱉는 실수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이때는 "아, 그렇구나." 또는 "고민이 많았겠네." 하면서 그 이후에 퇴사자의 이야기를 끌어내어 경청하는 자세를 준비해야한다. 퇴사자는 어쩌면 마음을 돌릴 수도 있고, 이미 마음을 굳게 먹었을지도 모르지만 첫 대화 한마디로 결정을 변경하지는 않기 때문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팀장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퇴사자의 퇴사 이유를 허심탄회하게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퇴사자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내야 하므로 경청하는 자세로 들어가기 위한 피드백이 중요하다.
아쉬움 전달
이야기를 듣다보면 퇴사자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가 아무리 팀장 입장에서 사소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무척 큰 일일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이 멀어서 이직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이 드신 팀장 입장에서는 황당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의 개인 건강상태나 가족 상황 등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면 섣불리 판단하지 못한다. 장거리 출퇴근은 그 당사자에는 우선순위가 매우 높은 이직 이유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퇴사자의 퇴사 이유를 경청을 하면 그 직원의 입장에서 최선의 판단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만약 내가 그 입장일 때 똑 같은 결정을 할 것 같다면 더 이상 잡을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이때는 우선 아쉬운 마음을 적극 표현해주는 것이 좋다. 함께 지낸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 더 오래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 더 잘 챙겨주지 못한 아쉬움 등 퇴사자와 연을 맺었던 한 인간으로서 아쉬움을 표시하면 좋다.
만약 퇴사자의 입장이 되어도 퇴사의 사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허심탄회하게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준다. 단, 이 때는 꼰대스럽지 않도록 내 경험이나 내 생각을 강요하기 보다는 '내가 네 입장이라면" 표현을 이용한다. 마찬가지로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면 되는데 대신 "네가 이 것을 고려하지 않아서 아쉽다" 정도로 표현하면 된다.
격려와 응원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는 부분인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헤어지는 경우 다시 만날 가능성이 무척 높다. 특히 동종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면 생각보다 자주 맞닥들이게 되는데 이때 서로 난처하거나 곤란한 상태로 만나게 되면 서로 좋을 것 없으니 좋은 관계로 이별하는 것이 좋다.
팀장은 퇴사자가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고 응원을 해준다. 퇴사자가 다른 곳에서 실력을 발휘해야 이전 회사에도 좋다. 그 회사 출신들이 일을 잘한다는 평을 듣게 된다. 그 팀에서 일했다고 소문이 나면 그 팀장도 함께 덩달아 좋은 팀장이 되는 것이다.
주변 사람이 모두 잘 되어야 나도 편하다. 잘 안 풀리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내가 잘될 때 드러내놓고 기뻐하기도 힘들다. 또 힘든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가끔 곤란한 부탁을 해오기도 한다. 따라서 괘씸한 퇴사자를 응원하기 힘들더라도, 나 혼자 잘 되는 것 보다는 주변 모두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하자. 어차피 이별하는 것, 넓은 세상에서 훨훨 날 수 있기를 바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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