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회사의 교육팀에서 강사 참여 섭외가 왔다. 고참급 책임들 중 팀장의 추천을 받은 인원들을 대상으로 향후 커리어를 고민해보는 과정이라고 했다. 일명 "커리어 디자인 과정". 내가 회사에서 특정 분야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니 나의 커리어를 교육 참가자들과 공유하고 그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마련한 모양이다.
이런 기회가 있을 때는 나는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이런 교육 기회가 아니면 내가 회사에서 나보다 상대적으로 더 젊은 직원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 스스로도 성장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나 스스로 성장한다는 느낌은 이번 교육에서도 또 다시 체감을 했다.
교육 참가자들이 여러 강사들 중에서 본인과 커리어가 가장 유사하거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강사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우선 나 자신의 소개 자료를 제공해야 했다. 이렇게 내 소개 자료를 만들다 보니 과연 나라는 사람은 어떤 전문가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됐다. 나의 강점은 무엇인가? 나의 차별화 요소는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서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내가 교육 참가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면서 자료를 작성하니 내가 하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뭐라고 우리 회사의 촉망받는 인재들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걸까?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우리 직장인은 마감이 있는 작업은 빠르게 해치워야 해서 나 스스로를 브랜딩하고 Selling 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드렸다.
그 자료 중에 아래와 같은 "커리어 산맥"도 있다. 커리어 산맥은 내가 지금껏 업무를 하면서 크게 성장감을 느꼈던 주요 지점과 그 이유를 아래 그림과 같이 작성하는 것이다. 성장감을 높여가면서 우상향을 하고 있는 모양새가 산맥과도 같아서 커리어 산맥으로 지칭하는 것 같다.
[나의 커리어 산맥]
이런 작업은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줘서 좋았다. 내가 어떤 길을 걸어 왔었구나. 그래, 이런 프로젝트들은 정말 나를 힘들게 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가장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성장시켜 주었구나. 일도 그랬고 사람도 그랬다. 좋은 사람들, 나쁜 사람들 모두 나를 어떤 형태로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변화시켰다. 지금이 나는 과거 시간의 축적이라는 사실이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 산맥은 나의 커리어가 종료되는 시점, 내리막길은 표현하지 않는다. 그래서였을까? 교육 과정에서 나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했던 참가자 중에 많은 분들이 나의 미래를 물었다. 나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니까 은퇴나 퇴직 후에도 그 전문성을 살려서 커리어 계획이 이미 다 짜여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의 미래를 위해 참석했는데, 그들이 나의 미래를 묻고 있었다.
물론 안개 같이 뿌연 계획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현재 시점에서는 계획보다는 "꿈"에 가깝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세부 작업들이 무엇인지조차 뚜렷하지 않다. 나 스스로 당황하는게 느껴졌다. 답을 하기 어려워 대충 내가 생각하고 있는 "꿈"에 대해서만 얼버부렸던 것 같다.
다른 이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준비하면서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별거 아닌 나에게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얻고, 기회를 찾고,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나 스스로가 성장함을 느꼈으니 전체로 보면 이익인 교육 과정이 아니였을까? (아니, 이런... 무책임한 강사 같으니라고...)
남들에게 가르치고 이야기를 해주면 본인도 성장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기회가 생기면 힘들고 귀찮다고 피하지 말고 적극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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