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구입했던 리더기는 넥스트파피루스의 페이지원(PageOne)이라는 제품이다. 아마 2010년 이었나? 처음 출시 되자마자 별 생각 없이 덜컥 구매했었다. 항상 아마존 킨들을 동경하고 있던 터라 국내에 나름 반향을 일으켰던 이북 리더기를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지금 다시 봐도 디자인은 잘 뽑는 제품인 것 같다. 화면 크기도 요즘 나오는 이북 리더기와 비교해서도 유사한데다가 요즘은 그토록 원하는 물리키(하드웨어 키 버튼)이 있다. 물론 화면 터치는 지원하지 않는다. (페이지원 주요 사양)
이때는 시장에 이북(전자책) 자체가 많이 판매되지도 않을 뿐더러 출판도 드문드문 되는 처지라 어찌어찌 구하는 텍스트 형식(txt 파일) 책들을 인터넷에서 구해다가 리더기에 넣고 다녔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시 해외 출장을 다닐 때 비행기나 현지 숙소에서 읽을 책을 항상 무겁게 들고 다녔었는데, 리더기 하나로 여러권의 책을 가지고 다닐 수 있어서 행복했었다.
하지만 원하는 신간이나 베스트셀러 등 새로나오는 읽고 싶은 책들은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으로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뭐 이건 리더기의 문제가 아니니까 리더기와는 별도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종이책을 구매해서 읽었다.
그러다가 원래 항상 기기 욕심이 그러듯이, 새로운 txt 파일을 구하기 점점 어려워 지고 또, 구하는게 귀찮아지는데다가, 제대로된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돈 내고 컨텐츠를 구매하자는 생각이 강해진 어느날, 교보문고에서 기획한 교보 sam 이라는 전자책 단말기를 중고로 구매했다.
교보 sam의 특징은 그나마 다양한 책들이 전자책으로 교보문고에서 판매가 되고 있었고, 전국의 도서관과 제휴를 하여 전자책 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대여하여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우리회사의 임직원 복지 혜택 중 하나로 교보 전자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할 수 있다는 것도 교보 sam 구매에 크게 작용을 하였다.
[왼쪽부터 리디북스 페이퍼, 리비북스 페이퍼 라이트, 교보 sam]
게다가 이때가 아마 아내가 집에 책장에 더이상 공간이 없다고 책을 더이상 구매하지 말라는 압력을 행사하고 있을 때인지라, 그 핑계로 전자책 리더기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중고가 아닌가?
교보 sam의 장점중 하나는 열린서재라고 해서, 안드로이드 OS의 특징을 살려 다른 회사의 이북 리더기 어플리케이션을 apk 파일로 설치 하면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교보 sam으로는 교보문고에서 구매한 책, 전자책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 리디북스에서 구매한 책, 킨들에서 구매한 원서도 모두 하나의 리더기에서 읽을 수 있다는 획기적인 장점이 있다. (교보 sam 주요 사양)
그래서 이런 장점을 살려 한동안 열심히 들고다니면서 읽었다. 하지만 뭐랄까, 화면이 조금 반사가 심해서 계속 눈에 거슬리는 데다가 당시 다른 이북 리더기들에는 기본 탑제되어 있던 백라이트 (저녁 어두운 시간에 화면을 밝게 해주는 기능, LCD 처럼 빛을 뒤에서 부터 앞으로 쬐 주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눈 부심은 LCD에 비해 훨씬 적다) 기능이 없었다.
그리고 이뻐보여서 화이트 색상으로 샀는데, 이게 실제 화면을 조금 더 어둡게 보이게 하는 착시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위 그림에서 A와 B 의 색이 동일하다고 한다. 그런 것 처럼 화이트 기기는 화면 자체를 조금 더 어둡게 보여준다. 검정 기기는 검정 테두리 안의 화면을 더 밝고 하얗게 해주고... 여튼, 전자책 리더기는 꼭 검정색으로 사는게 맞을 것 같다.
아, 그래서 아주 조금의 불만은 있었지만 내가 주로 사용하는 전자책 서점인 리디북스도 앱을 설치하면 사용할 수 있고 해서 내 주력 전자책 리더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나의 life style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가끔 가지고 있거나 대여한 전자책을 읽을 때 외에는 대부분의 책읽기는 여전히 손에 잡히는 종이책을 들고 읽었기 때문이다. 뭐랄까, 아직까지 종이책을 대체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기기로 느껴졌다. 교보 sam을 들고 읽고 있으면 내가 책을 읽는다는 기분 보다는 전자기기를 들고 있다는 생각이 더 자주, 더 많이 났다. 쉽게 말해 컨텐츠 자체에 몰입하는데 조금 더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특히나 물리키 버튼이 없어 화면을 드래그 하거나, 터치를 해줘야 하는데 이 인터페이스가 사실 책읽는 느낌?을 충분히 살려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왜그럴까? 행위 자체는 물리키 보다는 화면을 책장 넘기듯 스르륵 드래그 해주는 것이 더 유사한 행동인데 말이다)
이런 불만이 점점 쌓여가고 있을 때, 내가 좋아하는 전자책 서점인 리디북스에서 리더기를 새롭게 발표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바로, 리디북스 페이퍼!
솔직히 이거다 싶었다. 리디북스 모바일 앱을 사용해 보면 알겠지만 사용자 편의성이나, 안정성 그리고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괜찮다. 사실 구글 플레이북, 킨들앱 등과 비교해 보아도 절대 기능이나 편의성이 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회사에서, 그것도 전자책 "전문" 회사에서 전자책 리더기를 출시한다고 하니 내가 가만히 있을리가 있겠는가? (리디북스 페이퍼 소개)
그래서 당시 논란이 되었던 예약 구매도 참여하고, 오류로 구매 취소도 당했지만 다행이 리디북스에서 미안하다고 포인트와 할인권을 추가로 줘서 더 싼 가격에 리디북스 페이퍼를 질렀다. 질렀더니 포인트를 잔뜩 줘서 그 포인트로 책도 더 사고, 또 최근에는 전국민 책읽기 프로젝트였나?를 실시하면서 포인트 페이백 행사로 50년 장기대여 이벤트를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4개 행사 중 3개를 참여하고 난 뒤였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는 전자책 리더기 4개와 (페이지원, 교보sam, 리디북스 페이퍼,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 아직 읽어야할 전자책이 약 600권 넘게 서재에 들어있다.
만족도? 여태껏 만져봤던 이북 리더기들 중 최고라 할만하다. 책 자체에 몰입해서 읽을 수도 있고 지금 가지고 있는 전자책 컨텐츠 자체도 고전을 비롯해서 내가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들이 대부분이기에 앞으로 50년 동안은 계속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행이 아내도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를 무척 만족해하고 있어서 지금 이시간에도 열심히 빨간머리 앤을 읽고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아마 나는 킨들(Kindle) 페화(페이퍼 화이트)를 사게 될 것 같다. 원서는 또 원서 나름대로 최적화 된 리더기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내 멋대로의 이유를 갖다 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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