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추웠지만 숙소로 돌아가면 할 일도 없고 해서 이리 저리 배회하다가 새로 생긴 듯 보이는 큰 건물에 영풍문고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지금 지도로 찾아보니 아래 체크한 위치가 바로 영풍문고가 있는 위치이다. 새로 지은 듯한 건물은 롯데마트였나보다. 참고로 동그란 영역이 모텔들이 즐비한 곳이다.
[청주고속버스터미널 주변, 대형서점 - 영풍문고 위치]
사실 출장 오기 전에 심심할 것 같아서 두꺼운 책을 한권 들고 내려가려고 준비는 했었는데 너무 무거워 그냥 폰에 들어있는 리디북스 전자책을 읽으려고 집에 두고 온 터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폰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인터넷도 해보고 싶고, 자주 가는 커뮤니티 앱도 실행 시켜 보고 싶고... 여러가지 방해 요인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 서점을 둘러보며 한 권 사 볼까 라는 마음으로 둘러보기 시작했다.
원래 추리소설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추리소설 분야에서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항상 눈에 밟혀서 꼭 읽어보고 싶었지만 전자책이나 빌려봐도 될 것 같은 생각에 계속 뒤로 미루던 이 책이 눈에 띄었다.
믿고 읽는 작가 중 한명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면산장 살인사건」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용의자 X의 헌신」 이후로 팬이 되어 버려서 가능하면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 일본 작가로는 내가 아마 두 번째로 좋아하는 작가인 것 같다. 첫 번째? 미미여사로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 여사님이시다. 뭐 나같은 경우, 좋아하는 작가는 책을 읽을 때 마다 바뀌는 것 같아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
여튼, 이 책은 이렇게 지방 출장 중에 일주일간 천천히 읽으면서 나의 저녁을 심심하지 않도록 도와주었어야 하는 책이었다. 왜 "도와주었어야 하는" 이라는 표현을 썼냐면, 읽다보니 첫날 저녁에 다 읽어버렸기 때문이다. 일주일을 버텨 주었어야 하는데...
내가 원래 책을 빨리 읽는 편이 아니어서 아무리 얇은 책이라도 5시간 이상은 걸리기 때문에 이 책도 아껴서 읽으면 3일, 아니 조근 조근 씹어서 읽으면 일주일동안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 했었다. 그런데, 모텔로 돌아가서 씻고 침대에 기대어 앉아 책을 펼친 후 내리 새벽 3시까지 다 끝내버렸다. 덕분에 다음날 무척 피곤한 하루를 보냈었고 또 그 덕분에 그날 저녁은 쓰러지듯 잠들어 모텔의 불편함에 완전히 적응할 수 있었었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런 말을 하면 어쩌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읽는 기분이었다. 반전이 있는데 솔직히 예상은 했으나 그 예상은 소설 중간 즈음에서 아니라고 확신을 가졌다가, 다시 마지막에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라고 할까?
물론 반전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반전만이 이 책의 묘미는 아니다. 주인공과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람들이 살아있는 이야기라 생각된다.
원인모를 사고로 절벽 아래로 떨어진 예비 신부. 슬픔을 안은 그녀의 가족과, 사위가 될 뻔 했던 주인공이 다 함께 산장에 죽은이를 기리면서 모였다. 하지만 강도 둘이 산장에 침입하고 가족 중 한 사람이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밀실 살인 트릭도 함께 맛볼 수 있는 추리 소설의 뷔페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의 이 책에 대한 지극이 개인적이고도 편향적인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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