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처럼, 저 많은 집들 중 내가 살 집은 없구나... 라는 생각을 최근에도 했다. 이 생각을 처음 했던 때가 아마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구할 때 였다. 그때는 정말 가지고 있던 얼마되지 않는 돈으로 서울에서 살기 위해 전세 집을 알아보고 다녔는데, 서울에 아파트가 이렇게나 많이 있다라는 사실을 그 때 처음 깨달았었다.
저녁에 지하철 3호선을 타고 한강을 건너면서, 강건너 보이는 불빛은 모두 아파트였다. 집집마다 백열등과 주황색 조명으로 거실을 밝히고, 큰 TV에서는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따뜻해 보이는 집들이 한 건물에 적어도 30세대 이상씩 집단을 이루고 또 수백, 수천이 모인 단지를 이루고, 또다시 수만개의 빛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동네는 마치 은하계 별 무리였다. 바로 그때 떠올랐던 생각이 "내 집은 어디쯤 있을까?" 였다.
뭐 그런 시기가 지나간 후 나도 내 집을 찾을 수 있었고, 그때 들어온 동네에 벌써 6년이나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여기까지. 집을 내어주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할 때가 왔다. 좋은 집주인을 만나 주변 시세보다 그리 높지 않게 잘 지내다 가는 것 같다. 사실, 주인도 우리 부부를 잘 만나 아주 깨끗한 상태로 집을 잘 써서 집도 금방 나갔다.
사람이 참 웃긴게, 처음 이곳에 들어와 살 때는 2년 뒤 금방 나갈 것 같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정신차리고 보니 6년이 흐른 후 였다. 뉴타운이었던 관계로 주변에 아무런 편의시설도 없었지만 최근 2년 동안 편의점도 생기고, 작은 술집도 생기고, 떡볶이 집도 생기고 하면서 살기 좋아질만 하니 나가게 되었다. 하긴, 살기 좋아질만 하니 집 값이 오르고, 오른 집 값 때문에 우리가 떠밀려 나가는 거겠지만.
그래도 부부가 맞벌이로 열심히 모은 덕분인지, 은행돈을 내돈 처럼 여기는 마음 덕분인지 그리 어렵지 않게 다른 집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그 곳에서는 또 얼마나 오래 지내게 될까? 또 어떠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질까?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그런다. 기왕의 변화, 변화에 끌려가기 보다는 내가 먼저 덮치는게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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