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도 빅데이터와 관련이 깊다. 정보보안 업무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며, 아직 구체적인 방법은 모르지만 막연하게 수 많은 보안 관련된 로그(log) 파일들을 다 때려 넣고, 분석하여 의미있는 정보를 추출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에 최근에 회사에서도 빅데이터 분석 관련 학습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이 책을 읽을 때 내용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책의 앞 부분은 데이터가 무엇인지, 정보란 무엇인지, 이것을 분석하는 것은 과연 객관성을 띄는 것인지에 대해서 철학한다. 데이터에서 의미있는 정보를 뽑아내는 과정은 결국 분석하는 사람의 "관점"을 담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 자체가 객관적이라고 해서 거기서 도출되는 정보 자체가 객관적일 것이라고 믿는 함정에 빠지면 안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보의 가치, 데이터의 가치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앞으로 세상에서 정보의 가치는 어떤 식으로 형성이 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특히 정보/데이터의 가치는 그 정보가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어느정도로 필요한지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특정 가격을 매기기는 어렵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했다.
책 자체의 시도는 좋았던 것 같다. 제목 그대로 데이터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철학적인 화두들을 많이 던져준다. 그리고 그러한 화두들에 대해 저자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데 그런 과정에서 저자의 정치적인 편항이 많이 드러나서 나를 상당히 불편하게 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저자는 보수적인 편으로 보인다. 왜냐고? 초반의 광우병 소고기 집회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별로 못느꼈지만 뒷 부분으로 넘어가며 현재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에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실 이 책에서 전혀 그러한 저자의 생각이 드러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갑자기 그런 주장이 튀어나오는게 당혹스러웠을 정도다.)
소득주도 성장이 불가능한 이유를 무한동력과 비교하여 제시를 하는데 책 내용을 한 번 살펴보자.
"주류 경제학자 대부분은 성장을 소득의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즉, 성장을 통해 확대된 부가 가치가 소득 증대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득 주도 성장을 주장하는 측은 경제의 순환 구조로 그 원리를 설명한다. 즉 소득 증가는 소비를 증가시키고, 이는 경제 활성화로 이어져 투자를 증가시키며, 투자 증가는 일자리를 증가시킴으로써 다시 소득 증가로 선순환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떠한가? 전기차의 배터리는 전기 모터를 구동시킨다. 전기 모터가 구동해 차가 굴러가면 여기에 발전기를 연결한다. 그러면 발전기에서 전기가 만들어지고, 그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시키면 완벽한 무동력 전기차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무동력 전기차가 현실에 존재할 수 없음을 안다. 무동력 전기차는 열역한 제1법칙, 즉 에너지 보존 법칙에 위배된다."
경제 현상을 과학 현상과 비교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자주 이런 오류를 범하곤하는데 이는 경제학이 수학적이고 과학적이라고 믿는데서 온다. 물론 경제학이 그간 수 많은 노력을 통해 경제/사회적인 현상을 이론화 시키고 그러한 이론은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을 거친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열역학 제1법칙과 비교할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또 한가지 허점은 경제 순환 구조에서도 부가 가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본다.
또한 책의 뒷 부분에서는 자연 생태계와 경제 사회 생태계를 논의하며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최고의 지능으로 추켜세운다.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시각이 드러난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우려를 표명하며 앞으로 사람이 더욱 노력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최근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여튼, 책 자체는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줘서 마음에 들지만 아주 일부분에서 저자가 스스로의 정치적, 사회적 견해를 마치 객관적인 사실인양 들이밀어서 불편했다. 나를 더욱 불편하게 한 것은 이러한 개인적인 견해들을 분명하게 자신의 견해라고 밝혔다면 괜찮았을 텐데 책 내용 곳곳에 마치 사실인 것 처럼 서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를 독자가 스스로 충분히 걸러가며 읽을 수 있다면 지금,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가 더 고민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많은 식견을 제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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