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처음 접했을 때 동생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동생과 여동생 둘다 가족 내에서 "얕지"로 통했었다. "얕지"는 이 책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얕은 지식"의 줄임말이다.
동생들은 가족끼리 대화를 하다 보면 알고 있는 지식의 범위는 넓었는데 거기서 한단계만 더 들어가면, 그러니까 내가 질문을 한번 하면 거기서 그 지식의 깊이가 탄로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었다. 그래서 그 둘을 "얕지"라고 폄하(?) 하듯 놀리는 말로 지칭하고는 했었다. 아마도 여동생이 그런 놀림을 더 자주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이 나에게는 뭔가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았었다. 얕은 지식이라니, 이 세상에서 "상식"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라도 얕은 지식 보다는 넓고 깊은 지식을 요구하고 있다는 착각 아닌 착각에 빠져 있던 나는 제목 부터가 내키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 내 동생 정도가 된다는 거지?" 라는, 어쩌면 오만해 보이는 생각을 가지고 지금까지 읽은 것을 미루어온게 사실이다. (동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의식적으로 무시하기에는 세간의 평이 너무 좋았던 데다가 어딜 가나 이 책이 눈에 띄이기 시작했다. 원래 내가 모든 베스트셀러가 다 눈에 띄이거나 하지는 않는데, 항상 뭔가 제목이 혹 한다거나, 주제가 혹 한다거나 해서 눈에 밟히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은 그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결국 굴복하고 사서 읽었는데, 정말 느리게 읽는 나였지만, 이 책은 하루만에 다 읽었다.
평소 경제 분야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기본 적인 이해력이 바탕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물론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재수 없게 들리겠지만), 정말 잘 쓰여진 책인 것 같다.
책의 내용을 감히 요약하자면, 인류의 역사에서 시작해서 그 역사를 경제의 관점에서 풀어내며 이야기를 경제로 이어간다. 그리고 그러한 경제 사상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정치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그러한 정치를 사상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사회 이념으로 넘어갔다가 결국은 모든 학문의 종착점인 철학과 이어지는 윤리까지 이야기를 이어간다.
물론, 이런 복잡하고 난해한 학문들을 하나의 실타래로 엮기 위해 엄청난 단순화 과정을 거쳤으며 어떤 이는 흑백논리라고 오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야기를 단순화 시킨다. 하지만 기본적인 주제와 인과관계는 사실과 그리 다르지 않는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수업시간에 들었던 학문의 가장 큰 이질감이 현실과의 괴리감과 또 외워야만 하는 어려움이었는데 이 책은 실제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과 전체 역사적인 흐름 상에서의 인과관계를 통해 모든 것을 설명하여 그 논리적 흐름만 따라갈 수 있다면 인류가 생활해온 역사에서 경제, 정치, 사회 까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아쉬운 것은 그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나올 수 있는 위험인데 사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봤을 때 그러한 위험보다는 이러한 이분법적인 사고를 채택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훨씬 큰 것 같다는 공감은 가질 수 있다. 되려 이 책을 통해 보다 자세하고 "깊은" 지식을 찾아갈 수 있는 방향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단순화 시킨 논리를 보충하고도 남는 것 같다.
덕분에 최근 잊고 있던 경제학에 대한 의욕에 다시 불이 붙길 시작한 것 같다.
-- 수정 --
참고로 이 글을 읽은 동생들이 난리를 쳐서....
"동생들에게 그동안 얕지라고 대우했던 나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낀다" 라는 말을 써주기로 했다. 게다가 어차피 오마주니까~
얕지가 나쁜 것은 아니니까, ^^ 칭찬 칭찬~~ 대신 폭이 넓어야겠지?
책 리뷰는 여기로~ : http://blog.yes24.com/document/843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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