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0일 수요일

고전 추리소설? 카라마조프 형제들


고전 작품을 읽겠다는 목표는 예전 부터 있어왔는데, 카라마조프 형제들의 경우 책이 너무 두꺼워 손을 대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마음을 먹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개되길래 놀랐다.

하지만 그 흥미로움도 잠시, 곧 읽어도 읽어도 끝이 안나는 방대한 분량에 질려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책을 다시 집어 드는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래 내가 책을 읽는 방식이, 읽기시작한 책을 마무리 짓지 않으면 다음 책으로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이번달에 꼭 읽기로 한 다른 책을 읽기 위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다시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고역(?)이 언제 있었냐는 듯 다시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2/3을 읽은 시점 부터는 오히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뭐랄까,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추리소설의 형식과 유사하다.  하지만 사건이 초반에 나오기 보다는 그러한 비극(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거치고 사건이 발생한 후에는 한달음에 책의 마지막 까지 달려간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에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던 시점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 카라마조프 형제들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하는 부분인데 책은 형제들에 대해서만 설명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당시 러시아의 사회적이고 종교적인 환경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다양한 주변 인물들을 통해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지난한 설명들이 지루하거나 재미 없지는 않았다.  단지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았다 뿐이지 당시 러시아의 시대적 배경과 사상적 흐름에 대해서는 처음 접해보는 것이라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이 글의 제목에도 썼든, 결국 주된 이야기는 추리소설과 유사하다.  장남인 미차 카라마조프가 아버지인 표도르 카라마조프의 살해 용의자로 체포되고, 그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들과 정황상의 증거일 뿐이라는 변호인측의 주장이 펼쳐지는... 어떻게 보면 또 법정 드라마라로 볼 수도 있겠다.  당시 러시아도 미국과 같은 검사, 변호사에 실제 유죄 여부를 판단하는 배심원 제도가 있었다는 것이 더 신기했다.


뭐 결론을 이야기 한다고 해서 이런 고전도 스포일러가 될리 없겠지만 밝히지 않기로 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양심과 항상 논리적이지만은 않은 감성과 이성에 대한 향연이 펼쳐지는 대단히 흥미로운 소설이다라는 말로 결론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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