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수학이 필요한 순간
부제: 인간은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
저자: 김민형
솔직히 제목보다는 부제에 끌려서 산 책이다. 모든 학문은 철학으로 수렴한다고 했던가? 인문학의 정점은 철학이고, 이공계의 정점은 수학이라 들었다. 그리고 그 학문은 서로 통한다고 들었다. 과연 그 말이 맞는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수학을 어려워 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수학게 접할 수 있게, 그리고 더 나아가서 수학은 결국 삶을 사고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과연 그 목적을 이루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안하지만 조금은 실패한 것 같다. 책의 시작은 좋다. "수학은 무엇인가?", "역사를 바꾼 3가지 수학적 발견", "확률론의 선과 악"에서는 아주 쉽게 수학이 이 세상에서 가지는 위치가 무엇인지를 쉽게 설명한다. 대화 형식으로 쓰여져서 마치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과 같이 제자가 스승에게 질의 응답을 하는 형태로 쓰여졌다. 그래서 그런지 초반에는 쉽게 주제에 접근하고 이해하기 쉽게 수학에 대해 다른 학문과 엮여서 설명이 되기에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뒤로 갈 수록, 그 대화를 하는 제자가 더 이상 나를 대변하는 제자가 아닌 것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마치 이미 대본을 써 놓은 듯, 나였다면 하지 못했을 질문들을 하기 시작하며 괴리감이 느껴져간다. 마치 학부생이 아닌, 석사 아니, 박사 과정의 제자와 함께 대화를 하면서 독자인 나는 살짝 뒤로 밀려나고 나 보다 더 뛰어난 두 사람의 대화를 그냥 옆에서 듣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수학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물리학, 생물학, 철학, 심지어 정치까지 이어지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지적인 충족감을 만족시킨다. 하지만 그것도 계속 수식과 논리학으로 이어지면 나의 정신은 점점 책에서 가출한다. 책을 읽고 있지만 정신은 다른데로 팔리는데 이것이 책이 의도한 바라면 칭찬을 하겠지만 다른 곳으로 정신이 팔리는게 어릴 적 수학을 배우면서 머얼리, 정신이 팔리는 것과 다르지 않아 책의 후반부는 조금은 아쉽다.
저자가 목표한 것 처럼, 쉽게 수학, 아니 수학적 사고방식을 전달하고자 했다면 뒷 부분에서 조금은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보다 더 쉽게 풀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냥 수학을 왜 내가 공부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한번 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결국 모든 학문은 수학적으로 증명해야 그 학문이 견고하다는 믿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결국, 수학은 내가 무슨 학문을 하든, 그 학문이 범용적으로 쓰임새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해 보인다. 그것이 경제가 되었든, 정치가 되었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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