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조금 다른 기준으로 책을 골랐다.
- 장르소설 이면서, (내가 좋아하는 추리 또는 SF)
- 국내 작가의, (요즘 장르소설에서 국내 작가가 누구지? 호기심)
- 해당 영역 베스트셀러, (그래도 재미는 검증되어야겠지)
- 그리고 평단(?)의 평이 좋은 책 (나의 국내 장르소설 편견... 너무 수준이 낮으면 곤란)
이렇게해서 두 권의 책이 골라졌다. 우선 읽은 책은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
세상에, 내가 아무리 우리나라 작가의 SF 소설 읽기에 소홀이 했다고 치더라도 이정도 수준급의 작가가 있었던가?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된 소설이다.
머언 미래에 "더스트"가 지구를 뒤덮은 세상, 인류는 생존을 위해 돔을 만들어 돔 안에 모여서 사는 사람들과 조금의 내성을 가진데다 돔 안의 사람들에게 쫓겨서 돔 밖에서 사는 사람들로 나뉘어 있다. 그 시대를 거쳐 "더스트"를 대부분 없애고 다시 평소의 삶은 되찾은 인류가 "더스트" 시대에 있었던 한 마을의 이야기를 모스바나라는 식물을 중심으로 되짚어가는 이야기이다.
돔 안의 사람들과, 그 밖의 사람들. 그리고 더 이상 돔이 필요 없는 세상이 왔을 때 그 때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돔 안의 사람들을 용서하지 못하는 모습은 흡사 일제 강점기 시대에 시대의 조류에 맞춰 일본 편에 섰던 사람들이 떠올랐다면 너무 큰 비약일까?
그리고 등장하는 기계를 대표하는 안드로이드, 그리고 그 극에 서있지만 그 특성은 유사하게 묘사되는 식물들. 과연 지구는 우리가 지배하는가 식물이 지배하는가? 아니, 지배라는 말은 적절치 않겠구나.
생태계라는 것이 자연 그대로를 의미하는지, 인위적으로 훼손/조작된 자연도 생태계로 봐야 할지 등 여러가지 생각들을 복합적으로 들게 하는 작가의 역량이 놀라울 뿐이다. 그런 다양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 주면서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매끄러움도 놓치지 않느다. 거기에 과거 등장 인물과, 현재 등장인물이 갖는 인간적인 매력이 이야기에 힘을 불어 넣는다. 모든 등장 인물들이 생동감이 있고 나름의 정이 가는 인물들이다.
김초엽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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